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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문장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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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의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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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
여러문장연습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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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1 |
등록자 |
webadmin
(관리자) |
스크랩수 |
4019 |
등록일 |
2004/01/01 10:1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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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서트
서울 근교의 농촌 풍경.
아침 햇살 사이로 아침 짓는 연기들이 피어오르고 있다.
순덕 벌써 나가실라요?
2. 집
일자형의 시골집.
마루 벽에 큼직하게 걸린 종태의 박사모를 쓰고 찍은 사진과 순덕과 종수가 빠진 가족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방에서 마루로 나오는 영춘.
낡은 남자 내복에 몸빼 차림의 순덕, 누렁이(개)에게 밥을 주고 일어선다.
영춘 : 신협에 김회장이 일찍허니 온다구하니 나가 있어야지.(신 신는다)
순덕 : (구부정히 서서 허리가 안좋아 영춘의 옷 먼지를 털어 주려면)
영춘 : 아서. 개털 묻잖어. 개밥 준 손으로... 쯧쯧.
순덕 : 아이구, 당신보단 누렁이가 더 자주 씻어요(툇마루 기둥에 걸린 수건에 손을 쓱쓱 닦고는 다시 옷매무새 만져 준다) 미역국 한 솥 끓여 놨는디 안 모자라겠지라?
영춘 : 애들이 어디 국만 먹나. 거... 종탠 녹두 지짐 잘먹더구만..(나가며)
순덕 : (따라 나서며)안그래도 녹두 우려 놨어라... 약식 좀 하까요? 작년 설에 보니깨 민준이 고놈이 잘 먹든디.
영춘 : (자전거 챙긴다)그러든지. (그만 나오라는 손짓하며)가리다.
순덕 : (당부하듯)애들 오기 전에 와야혀요.
영춘 : (가다 돌아보고)쯧쯧... 거 좀 입다 버린 내복 좀 줏어 입지 말지. 볼성 사납게.
순덕 : 한 해는 더 입겄어요...(괜스리 머리 다듬으며)아직 멀쩡하구만 그라요.
영춘 : (자전거 타며 궁시렁)빵구난데 기우기라두 허든지.
순덕 : (장난스레 웃으며)들춰 보지도 않으니깨 부러(일부러) 보여주기라두 해야잖아요.
꾸짖는 듯한 표정으로 순덕 보면, 구부정히 서서 배시시 웃고만 있는 순덕.
3. 동네 큰 길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전거 패달을 밟는 영춘
4. 읍내 거리:
제법 분주한 거리. 상가(3층 정도)의 1층.
영춘 이발관 덧문 걷어내고 들어서면.
한노인 : 뭔 떼돈 벌라고 마누라 생일날까지 나와 그래.
보면 한 노인 들어온다.
한노인 : 닥터장이 여행도 안 보내줘?...(살피며)서운캤다.
영춘 : (시큰둥)애들인가.
한노인 : 여우가 늙는다고 곰 되는 거 봤어? 마누라 뱅기 한 번 안 태워주고 늙으막에 무슨 재롱으로 따뜻한 밥 얻어 먹을라고 그래.
영춘 : 누렁이 밥 멕일려면 새 밥 해야지 별 수 있어.
5. 집 마당, 늦은 오후:
큼직한 후리이팬에 척 얹혀지는 부침게.
마당 한 가운데 화덕을 놓고 부침게를 하고 있는 순덕.
음식 주위에 바짝 붙은 누렁이. 팔로 누렁이 밀친다.
순덕 : 이건 안돼야.(채반에 있는 부침게 하나 손으로 죽 찢어 한 입 넣는다.)
간이 맞네.(누렁이 신경 쓰여) 친구도 없냐. 저 내려가 해피 불러 놀지 그러냐. 껌마냥 여(여기) 붙어서 헷바닥만 낼름거리니깨 남들이 죄다 똥개라구 놀리는거여.
울리는 전화벨. 발로 개집을 좀 더 멀리 치워 놓고,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순덕 : (전화기로 서둘러 가며) 간다 가. (몸빼 바지에 손 쓱쓱 문질러 닦고 받는다)
여보시요... 아이고 어련히 안 올까봐 그러요. 정 답답허면 당신이 전화 너 봐요.(쾅 소리 나게 끊는지 얼굴 찡그리고 수화기 때는 순덕) 아이구, 성질두.
마당으로 가는데 다시 울리는 전화벨.
순덕 : 이집은 똥개가 두 마리여. (전화 받는다)또 와그라요...(아무소리 없다) 여보시요...(수화기를 두들겨 본다) 여보시요..(안 들릴까봐 더 크게) 여보시요...(수화기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간다)
6. 카센터 안:
전화 내려 놓으며 한숨 쉬는 정비복 차림의 종수. 택배 회사 직원 앞에 놓여진 소포 상자.
직원, 소포 배달 의뢰서 종수 앞으로 내민다.
직원 : 손님(싸인 하라고 볼펜 내민다)
종수 : 예...(받아 이름 적는다) 잘 부탁합니다.
택배회사 직원 배웅하고 돌아서는 종수.
카운터에 앉아 입 삐죽거리는 미경.
7. 이발관:
의자 3개정도 놓인 내부, 오래되고 손때 묻은.
그러나 정성스럽게 관리되고 있는 인상.
울려대는 전화벨.
화장실에서 급하게 옷 추스리며 나오는 영춘.
영춘 : 여보세요... (반갑게)어 그래, 벌써 왔냐?..(탁 풀 죽어)그래 사정이 그러면 할 수 없지... 양서방 들어왔냐? 하루종일 운전하려면 배 고프다. 얼른 밥해줘라... 그래.. 그럼 담에 짬내서 와라. 니 애미한테 전화나 넣어주고... 오냐 들어가자.
힘없이 전화를 놓는 영춘. 서운함이 역력하다.
8. 거리, 저녁:
복권 가판대에서 복권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영춘 봉투에다 집어 넣는다.
영춘 자전거를 몰고가다 눈에 들어오는 내의점.
자전거를 세워 놓고 들어가는 영춘.
9. 내의점:
화려한 레이스의 슬립. 이것저것 펼쳐 보여주는 점원.
영춘 : 헛기침을 하며 눈길 피한다.
영춘 : 그런거 말고 할머니들 입기 좋은 내복 찾아요.
점원 : 아... 예. (물건 꺼내며)할아버지 멋쟁이시다.
영춘 : 점잖으면서도 고운걸로 주시구려. 목에 너덜대는 것도 좀 붙어 있고...
점원 : (웃으며)레이스요... 싸이즈가 어떻게 되죠?
영춘 : (모른다)
점원 : 싸이즈요, 할아버지.
영춘 : (망설이다)남자 난닝구 100입으면 좀 허벌레 합디다.(민망하다)
10. 도로 차 안 저녁:
운전하고 있는 종태.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있는 정희.
정희 : 어쩌죠, 아범 병원장님 빙모상이라, 안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안 내려갈수도 없구요. 눈도장이라도 찍어놔야 재계약 때,(하는데)
종태 : 쓸데없는 소리까지 하지마.
순덕 : 도장 찍으러 가야허면 그리 혀야지. 난 암씨롱 안허다.
정희 : (종태에게 눈치주고)죄송해요. 애들 학교 다니니까 통 시간이 안나네요. 한번 들려야 되는데.
순덕 : 늙은이 생일이 뭔 대수라고 죄송햐... 그려. 바쁘지. 민준이 놈 잘크냐. 저번 때 들으니까 민정인 잔기침 허든디 다 났냐?
정희 : 네... 아버님께 죄송하다고 그리 전해 주세요. 그리고 온라인으로 돈 좀 부쳤거든요. 잡숫고 싶으신거 잡수세요.
순덕 : 돈 없는디 뭐하러, 애들 과자나 사주지.
종태 : 어머니 제사 잘 지냈다고 그래.
정희 : 예, 그리고요 저... 아범, 어머니 제사는 잘 모셨어요.
순덕 : ...잘혔다. 니가 욕 봤다. 아범 좀 바꿔 줄라냐.
정희 : 아범이요 (종태 보고 눈짓으로 의향 물으면)
종태 : (고개 돌린다)
정희 : 잠깐 나갔어요.
순덕 : (서운한)그려?...
정희 : 저 휴대폰이거든요
순덕 : 그려, 돈 나간다 끊자. 아범이고 애들한테고 안부 전해줘라. 안녕.
폴더 닫는 정희.
11. 마당: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수화기 감싸쥐고 전화하고 있는 순덕.
순덕 : 전화 너줘 고맙... 끊겨 부렸네. (몹시 섭섭한 순덕)인자 이 냥반 속을 뭘로 달래줘야 되겄냐. (풀 죽어 앉아있다가 누렁이 본다)
마루위 채반에 있는 부침게 집어 누렁이 준다.
순덕 : (먹는 누렁이 물끄러미 보며)니가 좀 갈쳐 줄라냐.
12. 집 안방:
갖가지 나물과 녹두 부침, 고기, 떡, 약식 올라온 상.
젓가락 소리만 오갈 뿐. 애써 밥을 먹고 있는 영춘과 순덕.
영춘 사래든 기침하자, 주전자물 컵에 따라 건네는 순덕.
순덕 : 뺏아먹을 사람두 없으니께 천천히 드셔요.
영춘 : ...(순덕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자식들이 서운하기도 하고)
순덕 : (위로하려)엠에뿐지 뭔지 하는 시상에 바쁜기 그기 고마운거지라. 안그러요 종태 아부지.
영춘 : ...(국 들이마시곤)맛이 왜이리 소태같애... 영.
순덕 : 국이 쓴기 아니라 맴이 쓴 것이구만요.
영춘 : 간 맞춰 한그릇만 더 갖고 오게.
순덕 : 고만 잡숴요. 소태겉은 국을 뭐할러 세그릇이나 먹어요. 그리 안혀도 고마워요.
영춘 : ...(마지못해 낯간지럽기도 하고)애들 사정이 그러니 자네가 서운해도 이해하게...
순덕 : 해마다 오는 생일인디요. 내 새끼들 내가 이해 안해주면 누가 허겄시오. 개뿔도 서운 안혀요.
영춘 : 국은 소태로 끓여놓고 말은 설탕처럼 하는구만.
순덕 : 국도 암씨롱 안혀요.
누렁이 짖는 소리.
순덕 : (혹시나)누가 왔나봐요. (얼굴 밝아지며)애들인가? (일어나 나가려면)
영춘 : 오긴 누가 온다고 그래.
13. 마루: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밖을 살펴보다 이내 실망하는 순덕.
순덕 : (누렁이 보고)입 뚤렸다고 눈치도 없이 짖었냐. 그라니 똥개 소리 듣는 것이여.
순덕 : 방으로 들어가려다 한켠에 놓인 상자꾸러미 본다.
순덕 : 이게 뭐여요?
열려진 방으로 숟가락질 멈추는 영춘의 모습.
순덕 : (이리저리 보며)누가 줍디까?... 예? 종태 아부지.
영춘 : (조심스럽게)... 종수가 그래도 효자야.
순덕 : (놀라고 반가워 큰 소리로) 종수(하다가 목소리 냉담하게) 종수 갸가 이런 건 왜 보냈데요.(손으로 상자 어루만진다. 눈 훔치는)
풀어보면 꼬리와 도가니. 그리고 신발. 신발을 어루만져보는 순덕. 눈물이 핑 돈다.
14. 부엌:
사골을 물에 담궈놓다가 풀썩 부뚜막에 앉는 순덕.
순덕 : 후유... 이 놈의 자석. 밥이나 제때 먹고 사는지..(투박한 손으로 눈을 훔친다)
영춘 : (부르는)어이.
15. 방 (방문이 열려진 상태로 연결 되도록):
포장 상자를 내미는 영춘. 뭔가 싶은 순덕.
순덕 : 이건 또 뭐여요?
영춘 : (쑥스러워 헛기침)여편네가 게으르긴, 풀어보면 알게 될걸 뭐하러 물어.
영춘 : 텔레비젼을 켜고는 순덕을 흘낏 본다.
레이스 달린 내복 보고 환하게 웃는 순덕. 그런 순덕 보고 여리게 미소 지으며 텔레비전으로 시선.
순덕 : (배시시 웃으며)돈 애고 이런건 뭐할러 사와요.(옷 위에 그냥 입어본다)
내서방이 맞긴 맞는 갑네. 어쩜 딱 맞는걸 사왔데요. 귀신 같여라.
(무척 좋아한다)하이고, 늙으막에 요런 호강을 다 혀보고! (생각없이)죽을 때가 됐는가봐요 지가.
영춘 : (보곤)네이스 달린 속곳 사다주면 그것도 겉에 입을라나?
순덕 : 맨살에 요거 입었다가 홀겨서 아(아기) 만들자고 덤빌까봐 이래 입었어라.(배시시 웃는다)
영춘 : 언제 부끄러운 걸 알고 쯧쯧 (경대 가리키며)복권은 저 위에 있네. 자네 사고싶은 거 다 사게. 내 일원 한푼 안 달라할테니.
순덕 : 해마다 그 소리요? (봉투에서 꺼내 경대 유리에 끼워 넣는다)지가 일등혀도 일원 한푼 안 줄라요. 지 혼자 다 쓰것시요.(장난스럽게)
영춘 : 제발 그러시게.
순덕 : 젤로 크기 맞은기 천원 이었어라. 꼬불쳐 뒀다가 우리 민준이 용돈 줬소.(한숨 쉬며)내 돈 있으면 종태고 종애고 다 퍼주겄네.
영춘 : 종순 자네 자식 아닌가?
순덕 : (떳떳하게 대답 못하고)...
16. 집 (다른 날 오후):
누렁이와 놀고 있는 윤호.
종애 : (호들갑스럽게)어머, 꼬리 아녜요?
종애 마루 냉장고 냉동실의 사골 꺼내고 있다. 부엌에서 상을 들고 나오는 순덕.
종애 : 도가니도 있네. 아버진 좋겠다.(순덕 봐가며)우리 양서방 요새 식은 땀이 난다고 저러네 (들으라는 듯)보약도 해주지 못하고...
순덕 : 그려? 그럼 큰일난다야. 갈 때 싸가라.
종애 : (흡족하게 웃으며)아버지가 뭐라 안하시겠죠? (윤호 데려와 상앞에 앉혀 음식 먹여준다)
순덕 : 자석(자식)입에 들어가는디 뭘 뭐라그랴. 귀찮을텐데 고와주까?
종애 : (먹으며)들고 가기 무겁게 뭐하러.(윤호 보고)맛있어? 많이 먹어.
순덕 : (윤호 안아 엉덩이 다독이며)그랴도, 욘석이 있으니 두다리 뻗고 자지. 딸들은 도둑년이라고 죄다 집어 가곤 나중에 갖고 갈거면 아부지 코 베달란디야. 숟가락통 헌다고.
종애 : (팩 토라져)나 들으라구 하는 소리유?
순덕 : (본심은 전혀 그렇지 않았으므로)아이구 아니다.
종애 : (기분 상했다)딴집은 사위 준다고 보약도 해준다던데...
순덕 : (미안해서)...영지버섯 따온기 있는디 양서방 갖다 줘라. 안 그래도 빼다귀 폭 고와서 종태랑 너랑 줄려고 혔다.
종애 : 됐어요.
순덕 : (어쩔 줄 몰라하는)
17. 시외버스 터미널, 아침:
양손에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차에 오르는 순덕.
새 신발이 자꾸 벗겨져 주저 앉아 신는 순덕.
18. 종태의 아파트 입구:
순덕, 종이 쪽지 봐가며 동 확인하고 들어가려면 경비 창문으로 고개 내민다.
경비 : 어디가세요 할머니.
순덕 : 예, (쪽지 보이며 자랑스럽게)우리 큰아들 집이요.
경비 : 아, 네... 근데 어쩌죠 지금 아무도 없는데.
19. 놀이터, 늦은 오후:
뛰어 노는 아이들 무리.
벤치에 반쯤 누워서 보따리에 기대 졸고 있는 순덕.
신발은 벗어 들고, 정희 어머니 소리에 놀라 눈 찡그리며 부시시 눈 뜨는 순덕...
20. 종태 아파트 거실:
놓여지는 쥬스잔. 벌컥벌컥 들이키는 순덕.
짜증섞인 표정(드러나지 않게)으로 보고있는 정희.
순덕 : (잔 놓으면)아, 시원허다.
정희 : (잔 치우며)전화부터 하시지 그러셨어요.
순덕 : 무슨 원님 행차 헌다고... 괜한 신경만 쓰지.
정희 : 마냥 저냥 밖에서 기다리시고 계시면 남들이 뭐라고 그러겠어요. 아범 체면도 생각하셔야죠.
영춘 : (듣고 보니 미안하다. 그러나 마음은 쓰다)...
정희 : 피곤하실텐데 좀 누워 계세요.
순덕 : 피곤하긴. (보따리 풀며)아가, 얼른 냉장고 너라. 꼬리하고 도가니 고운거다 애비랑 아들이랑 멕이고. (찬합 열면 약식 정갈하게 있다)이건 민준이 줘라. 고놈이 요걸 잘 먹어서 한 솥 혔는디... (정희 보곤 눈치 보여)뭐 바쁜디 헐 수 있냐. 안 바쁜 노인네가 갖다주면 되는 것이다. (괜히)너도 얼굴이 꺼칠혀니 어디 아프냐?
정희 : 신경 쓸일이 많아 그렇죠.
순덕 : 뭔 일 있냐.
정희 : 말씀 드려도 모르세요. 저녁 드시고 가셔야죠. 한 두시간 걸릴거에요. 애들학원에서 데리고 오고 장 보고 그러면. 주무시고 계세요.
순덕 : 신경 쓰지 말어야(마음은 그렇지 않지만)니 아부지 저녁도 채려야 허고 일날란다.
정희 : (다행이다)먼 길 오셨는데... 그러면 정류장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순덕 : 잉? (이게 아닌데)...
21. 버스 안:
수심 가득한 순덕.
정희 : 남에 밑에 있기 힘들어서 그렇죠. 그이도 이제 자기 이름 내걸고 병원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하는데, 체면도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물려받은 땅이 있나 돈이 있나... 그렇단 거죠 못 들은 척 하세요.
차창 밖, 땅거미가 지고 있는 스산한 겨울 들녁. 근심어린 순덕의 얼굴 그 위에 비친다.
22. 이발관, 밤:
유리안으로 이발해주고 있는 영춘 보인다.
그 앞에 서성이는 남자.
들어가려는 듯 몇 번을 망설이다 돌아서버리고마는 남자, 종수다.
23. 종태 아파트 부엌, 밤:
식사 준비 하고 있는 정희.
종태, 아이들 식탁으로 모여든다.
정희 : (애들 보고)엄마가 저녁 차리면 수저도 좀 놓구 그래. 엄마 손만 바라지말고
종태 : (신문 펼쳐 보며)그 양반 몇 시간이나 밖에 계신거야.
정희 : 내가 들어온 게 4시 다되서니까... 나 나가고 조금 있다 오셨나 보드라구요
종태 : 그게 몇신데.
정희 : 11시 다 되서지. 뭐. 운동 가느라고...
종태 : (나무라듯)사람두 참... 이러쿵 저러쿵 아파트 아줌마들 말 나오지 않게해. (신문 접어 밀쳐 놓으며)앞 동에 유교수 사는거 알지?
정희 :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불쑥 오시는 걸 어떻게 알아요.
종태 : (국 떠 먹으면 맛이 이상한듯)
정희 : (종태 보고 무심히)왜 그래요?
종태 : (입맛 베린 듯)왜 이렇게 누린내가 나.
정희 : 그래요? (먹어본다)정말. (국그릇 거두며)니들도 먹지마.
후루룩... 개수대에 버려지는 국들...
24. 시골 국도, 밤:
한적한 도로. 시외 버스 서면, 버스에서 내리는 순덕. 어두컴컴한 도로.
오가는 차들 없자, 길을 가로 질르는 순덕.
중앙선쯤에서 신발 벗겨져 또 남는다.
순덕 도로 가서 집는 순간, 요란한 경적과 헤드라이트 불빛.
25. 진료실, 밤:
딸깍 꺼지는 뷰 파인더의 필름.
의사 한번도 통증을 호소한 적이 없습니까?
영춘은 믿기지 않아 그저 어리둥절.
종태 심란한 얼굴.
영춘 : (넋나가 고개만 끄덕이다, 겨우 혼잣말)이건... 아니다.. 필시 뭔가 잘못 된거야...
의사 : 난소암 증세가 그렇습니다. 자각증세가 있을 땐 이미...
종태 : (무겁게 입을 뗀다)오퍼레이션(수술)시기도 놓쳤습니까?
의사 : (말 하기가 거북하다)... 마음의 준빌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종태 : (마음이 무겁다)얼마나, (잠시 사이 두고)사시겠습니까.
영춘 : (종태 보고)이 나쁜 놈아 얼마나라니 손도 안 써보고 얼마나라니!
의사 : ...두 달... 정돕니다.
26. 병실, 아침:
카트(바이탈 싸인 체크 하는 기계)가 연결 되어있는 순덕. 죽은 듯 자고 있다.
그런 순덕을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는 영춘.
눈이 충혈되자 손으로 얼굴만 쓸어내버리는 영춘.
천장 보며 깊은 한숨.
27. 종태의 집 거실, 저녁:
고스란히 타들어가는 담배... 시름에 잠긴 종태.
정희 : 옆에서 반찬 담긴 찬합 싸고 있다.
정희 : 아버님 어쩌시겠데요?
종태 : ...
정희 : 여보.
종태 : (그제서야 보고)뭐라고 했어?
정희 : 아버님 말이에요. 옆 동네도 아니고 허구헌날 음식 싸갈 수 없잖아요.
종태 : (약간의 짜증)그럼 어떻게 했음 좋겠어? 두 노인네 올라오시라고 할까? 당신이 모시겠어?
정희 : 뭐에요? 방이 어딨다고? 애들 공분 어쩌고!
종태 : 근데, 왜 그래. 하기 싫음 관둬.
정희 :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보니까 고모는 툭 하면 아버님 집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가던데 이럴 때는 출가 외인 이래요?
종태 : 그럼 새벽에 나갔다 새벽에 들어오는 매제 두고(하는데)
정희 : 나는요! 집에서 놀아요? 애들 학원 좇아 다닐랴 당신 뒷돈 만들랴 몸이 열이래도 모자라요.
종태 : ...(뒷돈이란 말에 할말 없고 속 상하다. 담배만 비벼 꺼버리고)
정희 : 그리고, 병원비랑은 어떻게 되는거에요? 이발소는 내 놓으셨데요?
종태 : 당신 맏며느리야.
정희 : (그게 어쨌다는 듯)그런데요?
종태 : 장남과 맏며느리 도리가 있는거야.
정희 : (헛웃음)체면이 아니라 도리였어요? 민준 아빠, 부모 모시는 일(가슴 가리키며) 여기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에요. 아들인 당신도 등 돌리고 살면서 왜나한테 그래요?...(팩 들어가려다) 당신 돈 있음 자식 도리 하세요. (생각해보니 속 상한)왜 나만 나쁜 사람 몰 듯 해요.
28. 읍내 복덕방, 오후:
자리에서 일어서는 영춘.
복덕방 남자 따라 일어서며
남자 : 이만한 가격이면 곧 임자가 나올 겁니다. 걱정 마세요.
영춘 : (고맙네하듯 고개만 끄덕인다)
29. 이발관:
간판 올려다보는 영춘.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마음이다.
가게로 들어와 손때 어린 물건들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쓸쓸한 얼굴로 휘 둘러본다.
순덕, 박순덕이라 헙니다.
30. 회상 몽타쥬:
이발관 - 젊은 순덕, 어린 종수를 업고 뻘쭘하게 서있다.
우습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한 영춘.
영춘 눈치 보다 얼른 빗자루 들어 청소해 버리는 순덕.
영춘 집 - 병든 본처의 소변 받아 내주는 순덕.
이발관 - 잔뜩 긴장해서 영춘을 이발해 주는 순덕.
이발관 - 고개도 못 들고 부끄러워하는 순덕의 머리를 빗겨주는 영춘.
31. 병실, 다른 날 오후:
순덕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영춘.
순덕 기력 없지만 배시시한 미소.
순덕 : 미안혀요
영춘 : 미안한 줄 알면 빨리 일어나서 누렁이 밥 줘야잖어.
순덕 : ...집에 갈라요.
영춘 : ...쓸데 없는 소리 말어.
순덕 : 앞으로 천년만년 누워 있을튼디 벌써부터 이래 있긴 싫어라.
그라고 병원에줄 돈 있으면 종태 보태 줘요. 큰 아가 꺼칠한 게 돈이 사람 잡겄어요. 종태가 번듯혀야 지가... 종태 엄니 볼낯이 있구만요.
영춘 : 자네 입이 살은 걸 보니 백년은 더 살 수 있겠구만. 잔소리 말고 다 나을 때까지 있게.
순덕 : 지두 다 알어요... (눈 그렁해)이발소도 한번 더 보고 싶고... 그라고 지 살던 집에서 가고 싶어라... 부탁혀요.
영춘 : ...
32. 대포집, 밤:
한 노인과 마주 앉은 영춘.
한노인 : 집에서 어떻게 간호를 한다고 그래.
영춘 : 그 사람 하고싶다는 데로 해주고 싶네. 의사도 그리 하라고 하데.
한노인 : (술 털어넣고. 한숨 내뿜으며)아이고, 참.. 하늘도 무심 하구만.
영춘 : (술잔만 기울인다)
한노인 : 종태랑 종앤 자주 들여다 보는거야?
영춘 : (고개 저으며)일 나가는 애들이 그리 할 수 있나.
한노인 : 무슨 소리야! 저희들을 어떻게 길렀는데. 배 아파 난 자식이라도 그렇게 지극 정성으로 키우진 못했을건데. 내 말이 틀렸어?
영춘 : 그러니 어쩌겠나. 내가 못나서 지 애미 죽을 거 기다린 꼴처럼 백일도 못되 종수애미 맞은 걸... 다 내 죄지.(술 털어넣는다)
한노인 : 지들이 한두살 먹은 어린애야. 내일 모레면 흰 머리 날 것들이 그것도 이해못해! 그래, 종태 친어머니 두고 둘이 좋아지냈다고 해. 그렇담, 그 공은 어쩔거야. 일년 넘게 똥 오줌 받아내 준 공은... 남자 여자 정분 나는 걸 하늘이 막겠어 땅이막겠어.
영춘 : ...
한노인 : 지들은 사랑도 안 해봤어? 애빈(아버진) 사람이 아니야?
영춘 : 불쌍하네. 나은 자식은 야속하다 등 돌리고 떠 받들어 키운 자식은 에미라고 불러주지도 않고... 그 사람 참 (넋두리처럼)측은하이.
한노인 : 자네도 그래. 종태, 종애, 맞춰주느라 종수 어머닌 늘 뒷전이었잖아.
영춘 : ...(울컥 후회가 몰려온다)
한노인 :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해. 간 다음에 가슴 치지 말고들.
33. 커피숍 외경 오후:
서둘러 들어가는 종애.
34. 커피숍: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종태, 컵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종애.
둘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영춘.
영춘 : (무겁게 입 연다)어렵겠냐?
종태 : (말 안한다)
종애 : (내키지 않는다)
종태 : 죄송합니다. 저희가 의당 모셔야 하는건데.
영춘 : 니들 사정 아는데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하는데)
종애 : 아버지, 참 야속하네요.
영춘 : 생판 남도 아니고 이태껏 니들 뒷바라지한 사람이다. 어머니라 하라는게 그게 그렇게 야속한 일이냐.
종애 : 그렇잖아요. (속 상해)오빠나 내 맘이 어땠을지 짐작이나 하셨어요?
종태 : (그만 하라는)종애야.
종애 : (아버지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 딴데 보며, 차게)솔직히 말해서 우리한테 잘하는 거 다 위선처럼 느껴지데요.
영춘 : 뭬야!...
종애 : 우리 가슴에 얼마나 깊은 그늘이 있는지, 얼마나 큰 대못이 박혀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울먹이며)울 엄마, 피 토하고 돌아가신 거 나, 안 잊어버렸어요. 아니 못 잊어요.
종태 : 그만해라.
종애 : (벌떡 일어나면).
종태 : 앉어.
종애 : (낮게, 원망섞인)난 아버지가 창피했어요.
횡하니 나가는 종애.
끙하고 눈 감아 버리는 영춘.
영춘 : (종태 본다)너도 그랬냐? 이 애비가 그렇게 원망스럽더냐?
종태 : ...
영춘 : 그렇게 생각하는가 보구나..(힘 없이)그래, 니들한테.. 못할 짓, (인정한다. 마음이 아파)못할 짓 했다... 그런 이 애비 마음.. 너도 자식 키우니까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그렇다고 해주길 바라는 눈빛)
종태 : ...(눈 마주치치 않는다)
영춘 : (역시... 그래, 나는 그렇다쳐도) 하지만, 종수 매미 불쌍한 사람이다...
종태 : 어머니 삼우제 지낸 날이었어요.
영춘 : ...
종태 : 잠결에 어머니가... 부르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얼른 마루로 나갔는데... 어머니가 계실리가 없죠. (표정 차가와지며)거기에 있던 건 다른 소리였어요. 들릴 듯 말 듯 했지만 내겐 마치 세상엔 그 소리밖에 없는 것처럼, 크게 들렸죠. (애써 담담한 어투로)아버지하고 종수 어머니가 함께 웃는 소리. (수습하고)저 강의가 있어서 가 봐야겠습니다.
영춘 : ...(잠시 고개 떨구어졌다... 창 밖 먼 하늘로 향하는)
휑한 나뭇가지들, 그렇게 스산해져가는 겨울 거리.
35. 읍내거리, 저녁:
그 풍경에서 이어져 걷는지 어쩌는지... 그렇게 걸음 옮기고 있는 영춘.
내의점 안으로 마네킹에 입혀진 레이스 달린 내의, 눈에 들어온다.
회상-겉옷에 레이스 내복 덧입고 배시시 웃는 순덕.
저절로 나오는 한숨... 후회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담배 찾아무는 영춘... 불을 찾는데.
#7의 가판대에서 불 빌려 핀다.
가판대에 붙은 플랭카드 '축 1등 당첨'.
36. 종태의 집 거실, 오후:
찻잔 정도 놓고 앉은 종태, 종애.
보자기에 찬합 싸서 내놓는 정희.
정희 : (종애 보고)아버님, 며칠 찬은 될거에요. 대신 수고 좀 해줘요.
종애 : (받아서 옆에 챙겨 놓는다)
정희 : 그나저나 인제부터가 걱정이네.(들으라는 듯)노인 양반 혼자 무슨 수로 지내실지...
종애 : 언니는 어떻게 꼭 남 얘기하듯 해요?
정희 : 아니, 그게 아니라 걱정이 되니까 하는 소리잖아요. 자주 가보진 못 할테고.
종애 : (야속해)그래도 언니 맏며느리잖아.
정희 : 고몬 딸이에요. 며느리만 조석 챙겨드리란 법 있어요?
종태 : (둘의 다툼이 싫다. 일어나려면)
정희 : (왜 피하냐는)여보!
종태 : 그 양반 퇴원하시면 자주 찾아 뵙도록 하자. 가시는 양반인데 그래도 남들 눈에 흠 잡힐 일은 안해야 되지 않겠니. 그리고 아버지 식사며 빨래도 챙겨드려야 하고(하는데)
정희 : 누가요? 당신 그렇게 시간 많아요? 난 안되요. 애들 시험도 얼마 안 남았고 학원 데리고 왔다갔다 해야하는데 무슨 수로.
(종애 본다)그래도 고모는 집이라도 안 멀지만 우린(하는데)
종애 : 언니, 난 애가 셋이우. 겨우 네 살 지난 윤호는 어쩌고. 그리고 우리 윤호 아빤 누가 챙겨요?
정희 : (얄미워서)왜요. 고모 뭐 챙겨 갈려고 오르락 내리락 거릴 땐 애가 없었어요?
종애 : 뭐에요?
종태 : 저러다 아버지 쓰러지시면 어쩔거야들!
종애 : 그렇게 효자면 오빠가 모시지 두분 다.
37. 마루 + 방, 아침:
어수선한 마당, 햇빛에 비치는 장항아리들.
마루에 앉아 쓸쓸하게 담배를 피우는 영춘.
순덕 : (기운 없는)종태 아부지...
영춘 : (급하게 담배 끄고 들어가며)뭣 좀 먹어 볼텐가.
순덕 : 애들 왔어라?
영춘 : (앉으며)꿈 꿨는가 보네.
순덕 : ...우리 종태랑 종애가... 왔는디 꼭 민준이 민정이 만해서 날 업어주었어라.(행복하게 미소)그라고 원삼에 족두리 꺼정 쓰게 하고 가마 태워 줬어라.
영춘 : 아예 첫날 밤까지 치르지 뭐할러 깼어?
순덕 : (웃고)종태 아부지도 인자 날 닮았는가 봐요. 그런 농을 다 허고... 맞춰 줄라믄 진즉 맞춰주지 저승 갈라니께 맞춰주요? 억울혀서 내 안 갈라요.
영춘 : ...
순덕 : 내 저승 갈라니께 없던 용기도 생기요.
영춘 : (목 메지만 태연한 척)저승사자라도 물리칠 수 있겠나?
순덕 : 종태 아부지... 종수 보고 싶어라.(눈 그렁하다)
영춘 : ...(마음이 아프다)
38. 카센타:
커피 두 잔을 탁자위에 올려 놓는 미경.(화려하지만 촌스런 의상)
미경 : 향 좋지? 윗집 여자도 이런 거 먹드라. 그래서 나도 샀어. 잘했지?
종수 : (무뚝뚝하게)남 하는 거 다하고 언제 돈 모아.
미경 : (입 삐죽)
종수 : (차 마시다 생각에 잠기는)
미경 : 거 봐~ 좋잖아.
종수 : (여전히 생각에 잠기는)...
미경 : 자기야?
종수 : (생각 깨는)... (걱정스럽게)며칠째 어머니가 보여. 흰 옷을 입으시고... 젊어고운 모습 그대로 대문에 서서는... 자꾸 우시더라구...(마음이 무겁다)
미경 :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 (곁에 붙으며)자기 새아버지 이발관 건물도 있다고 했지.
자기 예뻐 했다며, 뭐가 어때서 그러냐. 나 같으면 찾아 가겠다.
나 자기 어머니한테 인사 안 시킬거야? 하나 밖에 없는 며느리잖아.. 우리 애기도 낳으면 자기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시겠냐. 안그래?
종수 : ...
39. 이발관 오후:
덜컹덜컹 문을 밀어보는 종수. 잠겨있다.
주위를 휘 둘러보는 종수... 망설인다.
40. 부엌:
어설픈 손놀림으로 조촐한 밥상 차리고 있는 영춘.
41. 마당:
나무뒤에서 바라보는 종수.
들어설까... 그러지못하고 문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는데 영춘 구부정히 밥상 들고 나온다.
아버지!... 몸 더 숨기며 차마 부르지 못하는 종수.
영춘 : (마루로 들어서려다)누구 왔소?
42. 방:
등 돌리고 누워있는 순덕.
무릎 꿇고 앉아있는 종수.
영춘 숙연하다.
종수 : 어머니.(울먹이고)
영춘 : 자네 아들 왔잖은가.
순덕 : (가슴이 미어지지만 억누르고)뭐하러 왔냐. 연 끊고 갔는디. 오지 말았어야지. 무슨 낯으로 니 아부지 봤냐.
종수 : 잘못했습니다. 어머니. (다가가 등을 안는다)
순덕 : (조금씩 어깨 들썩이다 흐느낀다)
종수 : 하루도 어머니 잊은 적이 없었어요...(손 잡으며)엄마.. 왜 이렇게 늙어버렸어요.
종수 : 기다리지도 않고 왜 이렇게...(울먹이며)엄마! (등 대고) 보고 싶었어요... 엄마...
순덕 : (운다...겨우 돌아보고 안아준다)이 썩을 놈아.. 때려 주지도 못혀고 지대로 안아줄 수도 없는디... 왜 이제서 오냐... 내 손으로 이젠 따순 밥도 못해주는디. 왜 이제서 와... (순덕, 어머니로서한 맺힘이 터진다) 니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안혔다... 종태아부지 미안혀요...
눈물 참으려는 영춘.
43. 인서트 (집 마당):
반질거리게 닦아진 장항아리들.
꼬닥꼬닥 졸고 있는 누렁이.
44. 방:
가구들을 닦고 있는 미경.
빨래를 개키고 있는 종애.
미경 : 형님은 어머니가 미운 적 많았죠? 계모들은 다 그럴거라는 생각 때문에 왜 그런거 있잖아요.
종애 : (미경의 주책스러움이 귀찮다)
미경 : (잡다한 물건들 쌓여진 경대 정리하며) 그이는요 자기가 데려온 자식인 줄알았대요. 아버지는 맞는데 어머니는 아니구나. 난 아마 아버지가 어디서 나온 애구나. (웃곤)아주버님이 가르쳐줘서 그때서 자기 출생 비밀을 알았대나.(하지 말았어야 할 말... 입 막고) 에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종애 : 종수가 그런 말까지 해?
미경 : (기어 들어가는 소리)부부지간에 못 할 말이 어딨어요(눈치보고 더 열심히 정리, 그러다 유리 밑 복권 본다. 꺼내 보며) 맞춰 본 건가?
종애 : (뭔가 보곤)그냥 둬. 생일 날마다 우리 아버지가 자기 시어머니한테 하는 선물이니까.
미경 : (생각 난 듯)아까 올 때 보니까 여기서 1등 짜리 나왔나봐요. 플랭카드 붙여놨던데.
종애 : (무심하게)누군지 좋겠네.
이때 울리는 전화벨.
미경 : (받고)어 자기야! 어 그래.. 알았어. (볼멘)알았다니까. (눈치보며)입 다물고 있었어... 그래.
(끊고)지금 어머니 아버지 병원에서 출발 하신데요.
마저 일 하려다 전화 온 김에 수화기 드는 미경.
복권 봐가며 일일이 번호 손으로 짚어 맞춰 보는데 갈수록 놀라며 입 다물지 못하는데.
미경 : (괴성)으-아! 형님! 형님!
종애 : 왜 그래!
미경 : (복권만 흔들며) 이거 이거.
45. 집 외경, 저녁:
정희 : (살가움이 뚝뚝 떨어진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아버님.
46. 다른 방:
조기 살을 영춘의 밥위에 얹어주는 정희.
푸짐한 저녁상.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형제들.
기쁘지만은 않은 영춘.
정희 새벽시장 가서 제일 싱싱한 걸로 사온거에요.
영춘 : 차분한 어조)그래... 고맙다. (순덕이 걸린다)
종애 : (웃으며)난 믿어지지가 않는다. (필구 치며) 당신은 믿겨져요?
필구 : (영춘의 표정이 밝지 않은 것이 걸려 허허 웃고만 만다)
종애 : 우리 집에 그런 횡재수가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어.
정희 : 고모는 출가외인이잖아요.
종애 : (기분 상해)뭐에요? 그럼 시집 가면 자식이 아니랍디까?
영춘 : (헛 기침)
정희 : (얄밉게, 그러나 오바하지 말고)웃자고 그러는 거죠... 고모는.
종태 : (영춘 잔에 술 따른다)
영춘 : (망설이다...힘들게)일전에 애비가 한 말, 생각해 봤니?
종태 : ...
정희 : 여보!(안 되겠다싶어) 아버님... 이이 이래도 다 생각이 있을거에요. 그럼요.
종애 : 그래요 아버지, 오빠 효자였잖아요. 결혼 전까진.
정희 : 고모.
종애 : 왜요 언니... 나두 웃자고 하는 소린데.
영춘 : (실망스럽다)...
종수 : (영춘에게 술 따라준다)
미경 : 아버님 이이가요 아버님 생각 끔찍하게 했던 거 있죠. 어디 좋은 델 못가요.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왔음 좋았을텐데... 맛난 걸 봐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 어쩔 땐 질투 나는거 있죠.
영춘 : (미경 말 다 듣지 않고)종수야,
종수 : 예.
영춘 : 니 어머니 잠시도 널 잊은 적 없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종수 : (마음이 아프다)... 죄송합니다.
영춘 : (술잔 털어 넣는다)그동안 못해준 거... 그래서 니 에미 가슴이 퍼렇게 멍들었던거, 내가 다 보상해 주련다. (손 잡으며)너도 내 자식이야.
싸늘하게 표정 변하는 정희와 종애.
47. 방:
병색이 완연해 자고 있는 순덕. 쓸쓸한 얼굴로 순덕의 머리를 올려주는 영춘.
회상 - 가족사진을 정성스레 닦는 순덕.
순덕이랑 같이 찍지못해 미안한 영춘 헛기침만.
순덕 : 넘들이 보면 홀애빈 줄 알고 덤비갔어라. 훤칠허니 종태 아부지나 종태나...(쓸쓸히 닦기만)
영춘 : 조만간에 다시 찍으면 되지... 비 맞은 중마냥 청승은!
순덕 : 은젠 지가 없어서 못 찍았갔어요. 암씨롱 안혀요.
영춘 : 자네 아는가... 내 마음이 왜 이리 휑한지 말 좀 해보게.
마음이 아파 손이라도 힘주어 잡는 영춘.
정희 : 아버님 식사하세요. (방문 연다)
정희, 뒤로 미경 밥상 들고 있다.
영춘 : (울컥)누구든 니 어머니에게 잘하면 내 그 공은 잊지 않을 거다
마주보는 정희와 미경.
48. 몽타쥬:
영춘에게 고급 수의를 펼쳐보이는 정희.
순덕에게 미음을 떠 먹이는 종애.
소변기를 들고 나가다 구역질을 해대는 정희.
곱게 단장시킨 순덕, 그 옆에 무게잡고 앉은 영춘.
영춘의 팔을 순덕에게 얹어주는 정희 둘러선 가족들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49. 부엌:
찹살 미음을 끓이고 있는 종애.
상을 차리고 있는 미경.
미경 : 어머님은 얼마나 억울하실까... 그 큰 돈 모두 (강조하듯)어머니 데 한푼도못 써보시니... 긴 있어도 자식한테 주실게 뻔하지. 안 그래요 형님?
종애 : 맞아... (진심에서)그런 양반이시지.
미경 : 그래도 돌아가시기 전에 친아들이 왔으니 한은 없으실거에요.
종애 : (듣고 보니 기분 나쁜)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
미경 : (천연덕스럽게)당신 돈 허튼 사람이 안 쓰게 되서 다행이란 얘기죠.
종애 : 뭐야? 아니 구르는 돌이 박힌 돌 뺀다드니 완전히 그 짝이네 그래.
미경 : 들리는 풍월에 뭐 큰아주버님이랑 형님은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않는다면서요.
정희 : (따끔하게)누가 그래! (부엌으로 들어서며)
종애 : 언니 글쎄, 종수댁이 보통이 아니네. 유유상종이라더니.
정희 : (전복 꺼내며)다 윗사람들이야. 그리고 어머니 누워계셔. 어디서 함부로! 말조심해. (종애 보고)그거 끓이지 마. 이거(전복) 폭 고아서 훌훌하니 마시게 해드릴거니까.
종애 : (기 막힌)내 참. 왜들이래 정말. 언제부터 언니가 봉양했다구 지금 갑자기와서 맏며느리 노릇하는거유. 아님 유세하는 거유?
50. 마당:
종수, 부엌에서 큰 소리 나자 일손 멈추고 그 쪽으로 고개 돌린다.
정희 고모 : 좀 더 보양식 해드리겠다는데 뭐 잘못 됐어요?
이때 종태, 집으로 막 들어선다.
51. 부엌:
종애 : 그렇게 위하는 사람이 사고 나던 날 밤 저녁도 안해 드리고 그냥 보내요? 이제 와 말인데 그 말 듣고 울화통이 치밉디다. 이웃집 노인네가 와도 그런경우가 없는데. 그러고도 맏며느리유?
정희 : 그러는 고몬. 어머니라고 불러달라는 소원 왜 못 들어주는데요. 그 한마디에도 옹색하면서 쥐새끼 곳간 드나들 듯 하는 이유가 뭐에요? 애가 셋이라서오기 어렵다고 호들갑 부리던 사람이.
종애 : 쥐새끼요? 아니 지금 말 다했어요? 시집이 호구로 보이나 시누이한테 쥐 새끼라니. 그러는 언닌 도둑 고양이유? 오빠 병원 차릴 돈 만들어 갈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도둑 고양이냐고. 언니 눈에 우리 아버지가 보이기나 하는거야?
휙하고 종애 뺨에 올려 붙여지는 손. 종태다. 눈이 벌게서 노려 보는 종애.
종수 들어서다 말고 멈춘다. 실망스러운 얼굴.
종애 : (서러워서)오빠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종태 : (자신의 경솔함이 화가 나지만)넌 위 아래도 없냐.
종애 : (휙 밀치고 나간다)
종수 : 왜 들 그래요.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 엄마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해요. 예? 형하고 누나라면 당신 목숨이라도 내 놀 것처럼 키워주셨잖아! (화난)당신들 친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마당에도 그깟 돈갖고 싸울 거냐구?
미경 : (궁시렁)완전히 콩가루 집안이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참나...
52. 방:
누워서 영춘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순덕.
굳은 표정으로 눈 감고 있는 영춘.
53. 인서트, 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54. 방:
순덕을 주위로 앉은 영춘.
종태와 정희, 종수.
종태 : 병원 일 때문에 오늘 올라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사람은 자주 내려올겁니다.
정희 : (샐쭉해 앉아있다)
순덕 : (종태 보며)고생혀서 내 맘이 짠혀다.
종태 : (감정 동요없이)그저 할 일 할 뿐입니다.
순덕 : ...고맙다... 종태 아부지, 그랴도 지가 종태 엄니 볼 낯은 있겄지라.
종태 : ...
정희 : 고만 쉬세요. (살갑게)어머니.
순덕 : 종태 아부지, 복권인지 뭐신지 그 돈 말이요.
정희 : (귀가 번쩍)
순덕 : 종태 꼭 (당부)줘야혀요.
종태 : !
종수 : ...(역시 어머닌... 하지만 상관없다)
정희 : (입이 벌어지는 것을 억지로 수습한다)
영춘 : 자네 종수 마음에 또 못 박고 싶은가?
종수 : 아버지...저 무얼 받고자 여기 온 거 아닙니다. 어머니 원하는 데로 하세요.
종태 : 지금까지 마음 졸이면서 살아오신 거 압니다. 더 이상 저희 마음에 두실 필요없이, 종수 주시는 게 마땅합니다.
정희 :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여보.
종태 : (정희가 더 이상 입 열지 못하게 표정으로 다스린다)
순덕 : (종태 손을 달라는 손짓)
종태 : (썩 내키지 않지만 잡는다)
순덕 : (말 못하고 종태 얼굴만 한참 바라보다, 간절하게)니 아부지 부탁한다... 그라고 우리 종수... 부탁혀도 되겄냐.
종수 : ...(어머니...)
55. 방:
순덕의 옷을 추스려 주고 있는 종애.
소변기 옆에 놓여있다. 못내 미안한 순덕.
휘적거려 손을 뻗어 종애의 손을 잡는다.
순덕 : 미안혀다.
종애 : (퉁명스럽게)그럼 빨리 기운차려요. 누렁이 걱정 안되요? 밥주기 귀찮다고 아버지가 팔아버렸음 어쩔래요.
순덕 : 종애야,...
종애 : (괜히 순덕의 옷매무새만 잡아주다... 힘에 부쳐 땀이 흐른다)
순덕 : 용서혀라.
눈시울이 붉어지자 소변기 들고 일어서 버리는 종애. 나가려다 애처롭게 순덕 돌아본다.
종애 : 엄마 수발들 때 얼마나 힘들었수... (털썩 주저앉으며)나도 모르겠수. 내 마음이 왜 이런지.(손 어루만지며)한 없이 측은하고...(울먹)고맙다가도, 우리엄마 아파 누웠을때 아버지랑.. 그생각만 하면(치미는 화를 삼킨다)다 지난 일인데...
내가 나이 들면 그땐 잊혀지겠지...그런데 어떻게 된 놈에 것이 내가 누구 와이프가 되보니까 더 미치겠는거야. 내 맘...알겠어?
순덕 : (손 만져주며 겨우 고개만 끄덕)
종애 : (눈물 그렁해 순덕본다)내가 못 되게 군거 용서해줘요... 엄마 같은 사람도 없어. 고마와요..(순덕의 눈물을 닦아주며)불쌍한 양반.
순덕, 그 소리가 고맙고 기뻐 눈물만 흘린다
56. 마루, 아침:
햇빛에 반짝이는 마루.
마루를 향해 꼬리를 흔드는 누렁이.
바라보고 있는 순덕. 순덕을 기대주고 있는 영춘.
순덕 : 햇빛이 참 따수요...(해를 올려다 본다)우리 엄니 보고 싶네.
영춘 : ...
순덕 : 종태 아부지... 부탁하나 들어 줄라요.
영춘 : 말해보게.
순덕 : 지 머리 좀 빗어줄라요.
회상 - (젊은 날)쑥스러운 얼굴의 순덕,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는 영춘. 순덕의 머리를 빗겨주는 영춘.
빗질이 계속 됨에 따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둘.
영춘 : 자네... 고생했네... 미안하이.
순덕 : ...지가 고마워요. 종태 아부지... 다음에 만날띤 미리 결혼하지말고 지다려야혀요.(눈물 흘리는 순덕)
영춘 : (눈물만 흘리며)그럼세.
57. 방:
순덕의 영정.
건너방에 망연히 앉아있는 영춘. 손님을 맞는 종태와 종수.
58. 방, 밤:
장롱 서랍을 열어보는 영춘.
보면 순덕이 입던 영춘의 낡은 내복.
순덕의 옷 가지들, 포장상자 그대로 모셔져있는 내복.(영춘이 선물한) 가지런히 있다.
내복을 꺼내보는 영춘. 울컥,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춘 : ...고맙네.
바닥에 런닝을 펼쳐놓고 쓸어보고 있는 영춘.
59. 도로, 영구차 안:
영춘 창밖을 본다.
배시시하게 웃는 순덕의 얼굴 겹쳐지면 눈물이 핑 도는 영춘.
60. 장지:
입관되고 있다.
흐느끼는 종수와 종애. 숙연한 가족들.
영춘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하나 둘 꽃이 얹혀지고 한 삽 두 삽 흙이 덮힌다.
61. 방:
영춘 앞에 앉은 형제들.
종태 : 복덕방은 저희가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정희 : 그래요 아버님, 그리고 아버님 지내기 좋으실만한데로 아파트 알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지금은 경황이 없으시니까 저희에게 다 맡기세요. 조만간에, (조심스럽게)은행에도.. (보아가며)갈까 하는데요. 어떠세요.
영춘 : ...(그저 고개만 끄덕댈 뿐)
종애 : (보곤 펄쩍 뛰며)왜 언니가 가요? 그게 언니꺼유?
정희 : 달리 맏입니까.
종애 : 맏이요? 그래요 말 나온 김에 나도 입 있으니까 말 좀 해봅시다.
언니 오빠가 맏이 노릇 제대로 한 적 있어요? 탁 까놓고 얘기해서 바쁘네, 집이 머네, 애들 시험이네 해서 일년에
한 번이라도 내려온 적 있어요? 그러고도 맏이에요? 그리고 아들만 자식입디까? 딸자식도 자식이에요. 나도 권리 있어요.
종태 : (한심하게 종애 본다)지금 그런 얘기하라는 자리가 아니다.
영춘 : (모든 것이 달갑지 않다)
필구 : (영춘보기 죄송해. 종애 말리려)그래 당신. 당신은 양씨 집안 사람이잖아.
종애 : 조용히 해요. 당신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야?
그리고 오빠. 아버지 모시고 올라가서 곶감 빼먹듯 그 돈 다쓰면 그 다음엔 어쩔거야. 언니가 지금 효성이 극진해서 아버지 모시고 올라가겠다는 건 줄 알아?
정희 : 고모!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에요? 고몬 위 아래도 없고 도리도 없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있어요.
종애 : 그게 뭔데요? 네?
정희 : 어머니께서 아버지 부탁하셨어요. 의당 아들이(하는데).
종태 : 꼭 그래서가 아니라...
종애 : 하루 왼종일 코대고 있을 사람은 오빠가 아니라 언니야. 언니가 나만큼 아버지 위한다고 생각해요?
영춘 : (자식들의 다툼이 못마땅하다)
종수 : 효자, 효녀상들이라도 드릴까요?(소리치지 말고, 단호한 어투로)정말 너무들하십니다. 아직 삼우제도 지내지 않았어요. 주제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 생각도 좀 해보세요.
영춘 : (눈 감는다)
종태 : (종수 본다)
종애 : (기 막혀)지금 니가 낄 자리니?
미경 : 형님들, 지금 서로 아버님 모실려고 그러시는 거에요 아님 다른 속셈으로 그러시는 거에요? 왜들 그래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그 복권 이이 어머니꺼잖아요. 당연히 이이가 가져야죠.
종수 : (어이 없다. 화난)당신 지금 제정신이야!(미경의 팔을 낚아채 끌고 나가는)
미경 : 왜 그래, 내가 틀린 말했어?
종수 : 우린 자식이지... 빚쟁이가 아니야! 알아?
영춘 : (씁쓸히 일어난다).
종애 : (혀 끌끌 차다 영춘 일어나는 거 보곤 왜 일어나냐는)아버지.
영춘 : 나 역시도 낄 자리가 아닌 거 같다.
필구 : 아버님.
영춘 : 니들이 나를 창피하게 여긴 이율 이제 알겠다... 내가 애비란 게 너무 부끄럽다.
일순 말 더 못하는 형제들. 고개 떨구는 종태.
62 뒷 뜰, 밤 (헛간 근처):
타들어가는 담배... 먼 하늘에 눈을 두고 있는 종수. 걸어오는 사람.
보면 종태다. 옆에 와서 담배 무는 종태.
종수 : 미안해요... 역시 내가 오면 안 되는 건데.
종태 : 생각나냐?
종수 : (보면)
종태 : 내 만년필 네가 팔아서 헛간에 삼일을 갇혀 있었던 거.
종수 : (픽 웃곤)우리 엄마도 그런 거 보면 독했어... 형이 몰래 밥 너 줬잖아... 우리만의 비밀...
종태 : (담배 뿜어내며)그래... 비밀이었지 서로. 아버진 몰래 밥 갖다 주시고 종앤 종애대로 주점부리 주고... 어머닌 뭘 갖다 주시던?
종수 : ...(눈시울이 붉어지며)밤새 우시다 가셨어.
종태 : 불쌍한 양반이었지... 너 안 오면, 끝까지 안오면 어쩌나.. 마음 많이 졸였다...(종수 머리 만져주며) 그래서 부모고 자식인가 보다.
종수 : (본다)
종태 : 그거 아니? 고맙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했던 심정.
종수 : 형
종태 : (웃고)이제 자주 보자. (종수 툭 치며)난 니 형이잖아.
종수 : (고맙다)
63. 장지 (삼우제):
제를 막 마친 가족들. 순덕의 옷가지를 챙기는 정희.
타오르는 나뭇가지. 하나 둘 순덕의 소지품들이 던져져 타들어간다.
영춘 순덕이 입던 자신의 내복과 레이스 달린 내복을 던져넣고는 소리없이 운다.
타들어가는 소지품. 봉투에서 복권 꺼내는 영춘.
왜 저러시지... 설마하는 형제들.
복권을 불에 던지려는 영춘.
정희, 종애 아버님, 아버지!
종애와 정희 말리고 싶지만 차마 그리 못하고 종태 굳은 표정으로 외면.
종수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영춘 본다.
미경 안절부절. 던져지는 순간
미경이 허겁지겁 잡는데.
영춘, 미안허이.
64. 봉분 앞:
봉분 앞에서 담배 뿜는 영춘...
영춘 : 그건 자네 것일세...
봉분 어루만지는 영춘.
영춘 : 바람이 쓸쓸한데 혼자 어찌 있을라나...
장지를 내려가는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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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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