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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04/01/01 10: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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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진, 강 노인, 김씨, 현씨, 여주인, 정찬, 아줌마, 소림, 여직원


1. 집 앞 (아침)

비 내리고.
이삿짐 용달차 아저씨, 라디오 노래에 맞춰 흥얼대다 힐끗, 무관심하게 쳐다볼 뿐 도와주지 않고.
김씨, 현수, 정찬, 박스 하나씩 들고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2. 집 마당 (아침)

안채 바깥채가 마당 두고 기역자로 구분된 집.
김씨, 현수, 정찬, 박스 들고 들어와 바깥채 쪽으로 가는데 강노인, 옥진, 소림, 마루에 상 펴놓고 앉아 밥 먹으며 힐끗 보고는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는 눈치고.
김씨, 괘씸하다는 듯 옥진에 째리는데, 물에 푹 젖은 박스 아래가 툭 뜯어지며 접시 따위 다 쏟아져 나와 와장창 다 깨지고....


3. 현수네 쪽마루 (아침)

들어서던 현수네 경악하는 얼굴이다. 이시간 쓰레기는 마구 뒹구는데 장판도 없고 전구는 다 떼가 전선줄만 천장에 대롱거리고. 문에 문고리도 떼가 뻥 뚫린.


4. 김씨방 (아침)

옥진, 대수롭지 않단 눈길로 청장이며 문 힐끗 보는
옥진 : 새댁이 새로 다 했던거라 떼간 모양인데.
강노인 : 거 새댁, 참말로 야물딱지네.
김씨 : (흘기는데)
현수, 헌 장판 두루마리 가지고 들어온다. 두르르 펴면, 썩고 찢어진...
현수, 코 막고 정찬, 귀퉁이 깨진 전등갓을 들고 들어온다. 김씨, 입이 떡 벌어지는데...
옥진 : 제 짝은 원래 이거니까, 이걸로 쓰시든 새로 하시든.
강노인 : 새로 하기는, 아직 쓸만하구마.
김씨 : (어이없고) 정서방 도로 짐 싸라 고마! 내는 여기 몬산다! 이기 거지소굴이지 어데!
현수 : ...!
옥진 : 그러실래요?
김씨 : ?
강노인 : 안그캐도 달세 더 준다카는 신혼부부가 어제 와서 땅을 쳤다 카이. 언제 비워줄랍니까?
김씨 : (어이없다)...!


5. 현수네 쪽마루

김씨, 신문지 위에 쭈그려 않아 깨진 접시 조각 들어 맞춘다. 꽤 고가로 보인다.
김씨 : 우야면 좋나... 은주가 젤로 아끼든긴데...
현수 : ...똑같은 거... 수입상가 가면 또... 있어요...
김씨 : 그기랑 이기랑 뭐시 똑같애?! 은주가 아끼던 거라이께네!
현수 : (머쓱해져)... 은주야 다... 아꼈죠 뭐... 근데 우리 이사 언제 가요 장모님?
김씨 : (본다. 철없게 느껴지는)...이사?
현수 : 집도 그렇고... 사람들도 영 사람같은 맛도 없구.
김씨 : 봐라, 정서방. 니 앞집 보면서 뭐 깨달아지는거 없드나?
현수 : 예?...
김씨 : (답답하고)... 짐이나 풀자! (풀다 갸웃) 똑 어데서 봤지 싶은데..
현수 : 예?...
김씨 : 그 영감탱이 말이다. 니는 어데서 본거 같지 않드나?
현수 : ...아뇨?
김씨 : (갸웃갸웃... 어디서 본 얼굴인데)...?


6. 마당 수돗가 (이른 새벽)

아주 오래된 카세트 라디오에서 국민체조 음악 크게 흘러나오고 강노인, 옥진, 소림 마당에서 음악에 맞춰 체조 중.
김씨, 쓰레기봉투 들고 바깥채에서 나오다 자꾸 강노인을 돌아보게 되고.
강노인, 처음에는 무심코 눈 마주쳤다 역시 좀 이상한 느낌.
유심히 보며 갸웃대고...? 김씨, 다시 돌아보고. 애써 기억해 내려는 듯... 미간을 모으고 탐색하듯이 서로 쳐다보다가... 세상에...!
서로 알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강,김 : 니, 니...!
김씨 : 옴마. 억대야!
강노인 : 니, 니 순이! 순이 맞재?
옥진 : ?
김씨 : 이기 우짠 일이고, 참말로!
김씨, 강노인 신기해 죽겠다는 듯 서로 쳐다보고 반가운,


8. 옥진네 닭집 (낮)

닭 튀겨내다 돌아보는 옥진. 강노인, 테이블에 않아 닭포장 박스를 계속 접으며 신기해 죽겠다는 듯 킥킥 혼자 웃고 있다.
옥진 : 에이- 설마.
강노인 : 야야, 세월 앞에 장사 있는줄 아나. 양귀비도 쭈그렁 바가지 만들고 홍길동이도 지팡이 짚게 만드는거, 그게 세월 아이가.
옥진 : 그렇게 이쁘셨어요?
강노인 : 하모하모, 가가 물동이 지고 요래요래 흔들고 가모, 동네 총각들이 밤잠을 못잤다카이.
옥진 : (쌩긋) 아버님두요?
강노인 : 나는 뭐 남자 아이가!
옥진 : (유심히)
강노인 : (옛생각에 잠겨) 가시나, 참말로 고왔는데... 그캐도 날 모습이 쪼매는 남아있드라.
옥진 : ?(이상한다)
김씨, 장바구니 들고 가게 앞 지나가다 안을 기웃거리더니 강노인과 눈이 마주치면 얼른 가고.
강노인,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목을 빼고 김씨를 본다.
옥진, 가만 보다 설핏 웃음이 나오고 다시 유심히 보게 되는. 정말 좋아하시나? 생각에 잠기게 되는.


9. 대학 교정(낮)

닭봉지 들고 걸어오는 옥진. 어쩐지 움추러드는 느낌. 일부러 더 어깨 펴고 걸어가는.


10. 강의실 (낮)

현수 : 흔히 낭만주의는 낭만만을 추구하는 나약한 감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18세기 영국에서의 낭만주의는, 보수적인 관습과 낡은 사고에 대항하는 정신이었고.. 하다 문득 시선이 뒷문 쪽으로 반쯤 열려진 문틈 새로 안을 들여다보는 옥진.
현수 : (눈 떼지 못하고) 그 시대 분위기에 비추어볼땐 가히 혁명적인 반항의 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1. 교정 벤취 (낮)

옥진, 펼쳐놓은 닭 포장, 닭을 북북 먹기 좋게 뜯고 있다. 현수, 찌푸리고 봤다가 옥진을 보면
옥진 : 먹어요. (닭조각 주면)
현수 : 됐습니다... 그러니까 두분을... 맺어드리자는... 말... 같은데?
옥진 : (끄덕이고) 아저씨두 언제까지 혼자 살거 아니잖아요. 딴거 준비하실 거 없구, 바깥채서 안채루 방만 바꾸면 되는거니까.
현수 : (웃음) ... 아니, 결혼이란 게 방에서 방 바꾸는... 그런 쉬운 문젭니까?
옥진 : ?
현수 : 우리 장모님이 여생을 편하게 같이 보내실만한 분이 맞는지, 취미는 같은지, 인생관은 비슷한지, 어릴 때 동네 친구라고 다 살 수 있는건... 아니잖습니까.
옥진 : 못할건 또 뭐 있는데요?
현수 : (좀 답답하고) 그럼... (생각) 아버님이 시 좋아하세요?
옥진 : 네?
현수 : 우리 장모님은 특히 소월을 좋아하세요. 주무시기 전에 제가 꼭 읽어 드립니다.
옥진 : 그럼 됐네요.우리 아버님은 전국 노래자랑 나가서 1등 하셨어요. 이미자가 그때 2등 했대요.
현수 : (답답하고)... 나는 아무래도 무리다 싶은데... 안들은 얘기로 하죠. 한집 살면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럼... (일어나 가고)
옥진, 기차 입만 뻐끔뻐끔. 말이 다 안나오고. 뭐 저런게 다 있나 싶어 가는 현수를 확 째려본다.


β12. 김씨방 (밤)

김씨, 눈 감고 누워있고. 현수, 앉아 소월의 시 읽어주다 가만 본다. 일어나 불 끄려는데
김씨 : (.졸리운) 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싫다칸거는 아주 잘한기다.
현수 : (돌아본다)
김씨 : (눈 감은채) 입을 나들이 옷도 없는데, 니 부끄럽은거야 문제도 아이고. 사위가 장모 우째 모셔. 할마시 꼬라지가 저 모양이고, 니 엄한 욕이나 묵지 않겄나.
현수 : 장모님, 옷... 사드릴까요?
김씨 : (괜히)말이 그렇다 이기지! 누가 옷 사돌라캤나?!
현수 : ?! (도로 옆에 와 살피며 않는... 제가 ...잘못한 거예요...?
김씨 : 잘 했다카이, 뭐슬 자꾸 물어쌌노. 참말로! (팽 돌아누우며) 불이나 꺼라! 뭐하고 섰노, 불 끄라카이!
현수, 찔끔하고. 돌아누운 김씨 등을 가만히... 화나셨네?


13. 다방 (낮)

옥진 : (의기양양해) 무리다 싶다면서요?
현수 : ...(난감하고)... 그건.
옥진 : 교수님 장모님은, 닭집이나 하는 할아버지랑 절대 안 어울린다믄서요?
벽을 기어가는 커다란 바퀴벌레. 옥진, 아무렇지 않게 손바닥으로 툭치는.
현수, 보고 찌푸렸다.
현수 : ...절대,란 표현은 안쓴 걸로 기억하는데.
옥진 : 이번엔 내가 무리다 싶은데... 어뜩하죠?
현수 : (본다)!
옥진 : 나두 기왕이면 우리 아버님, 더 싹싹하구 푸근하구 젊으신 분이랑 결혼하셨으면 좋겠다구요.
현수 : ...아니.. 보세요.
옥진 : 라고 나두 말하고 싶지만, 아뇨? 난 안 그래요. 난 이럴 때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말해요. (의기양양) 난 누구처럼 사람 위에 사람 있다구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현수 : (본다) ?
옥진 : (손 내민다)
현수 : ?(보면)
옥진 : 뭐해요?
현수 : ?... (얼결에 악수하면)
옥진 : 잘 해보자구요. 두분 위해서.
현수 : (얼떨떨한 기분, 잡힌 손에 신경 쓰이고)
옥진 : ? (어색하게 손 푼다)


14. 강의실 (낮)

칠판에 시 제목 적고 있던 현수, 문득 쓰던 손 멈칫. 손을 물끄러미...


15. 옥진네 닭집 (낮)

수돗몰에 생닭 조각 맨 손으로 씻던 옥진, 손을 꺼내 앞 뒤 뒤집어보고 만져도보고, 갸웃했다 앞치마에 손 닦고 면장갑에 고무장갑끼다 멈칫.
혼자 웃고는. 다시 장갑 다 벗고 맨 손으로 닭 씻는 옥진.


16. 마당놀이 객석 정도 (낮)

신나는 무대.
객석에 앉아 절로 흥겹고 즐거운 강노인, 김씨.
고구마 튀김봉지 하나씩 들고 먹어가며 허허! 따라 웃고 기분 좋은.
김씨, 요란한 무늬의 한복 차려입었고. 강노인, 허름한 점퍼차림.


17. 거리 (낮)

강노인, 고운 양산 쓴 김씨
나란히 걷는데 머리 뒤로 묶고 쇠장식 요란한 옷 입고 가는 남자들의 뒷모습 보고
김씨 : 저저 가시나! 꼬라지가 저게 뭐꼬? 야야, 봐라. 어이!
남자들 돌아보면 김씨, 흐이구?! 깜짝 놀라 자빠질 뻔 하면 강노인 잡아주면.
김씨, 몸 빼며 발그레져
김씨 : 말세 말세 카드이만... 진짜 말세 다 됐다카이...
강노인 : (흠흠)... 니 세상 구경 처음 나와봤나.
멋적어 되리 뻣뻣하게 팔짱끼라고 팔 내미는 강노인.
김씨, 흘기고 외면하면
강노인 : 와? 꼴머슴 하던 영감탱이 팔이라 싫나?
김씨 : 아이다. (하면서도 못 끼면)
강노인 : 그라모? 니 등 떠밀려 나왔나.
김씨 : 아이다. (주위 눈치 살피며 망설이다 팔짱 끼려고 하면)
강노인 : (피하고) 니는 쪼크도 모리나? (그냥 가고)
김씨 : (흘기며 웃고 쫓아가는)


18. 공원 벤치 정도 (낮)

김씨, 구운 오징어 쭉쭉 뜯어 강노인도 주고 자기도 질겅질겅 씹는다.
강노인 : 영감은?
김씨 : 일찍 갔다.
강노인 : 달랑 딸 하나였나?
김씨 : ...
강노인 : 언제 갔는데?
김씨 : 2년...쯤 넘었다. 니는?
강노인 : 내는 쫌 됐다, 7년.
김씨 : (끄덕이고) 며느리가 야무져 보이대?
강노인 : 느그 사위도 심성은 착해 보이드라. 근데 돈을 그래 몬버나? 니 나이에 달세 신세가 뭐꼬?
김씨 : 공부하는 사람이 다 안그렇나.
강노인 : ...그땐... 왜 안나왔는데?
김씨 : 언제?
강노인 : 니 시집가기 전날 밤에 말이다. 내가 물래방앗간에서 보자. 않캤나?
김씨 : (흘기면)
강노인 : 와?
김씨 : 눈도 한번 안맞추던 머슴아가 보자카는데, 나가는 가시나가 미친년이재.
강노인 : 그캤으면 그래도 과부신세는 면했을거 아이가.
김씨, 흘기고 오징어만 질겅질겅 씹어대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면.
강노인 : 오징어랑 웬수 졌나.
김씨 : 입이 근지러울 때마다 묵어쌌드니 버릇이 됐다 아이가.
강노인, 가만 보다... 자기도 뜯어 질겅대는.
김씨 : 잘난 냄편 일찍 죽어삐고, 동무들도 하나 둘 떠나 삐고..
딸년 하나 달랑 있던 거마저 훌쩍 떠나고보이... (옷고름으로 코 닦고)
니야 며누리하고 맨날 붙어가 있으이 입이 심심한지 모르겠지만도.
강노인 : ..내도 다를 거 하나 없다? 젊은 것들이랑 어데 말이 통하드나...(씹어대고)
김씨 : (본다)... (통하는 마음)...
나란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오징어 질겅대는 두 노인네


19. 집 외경 (저녁)

김씨 :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이이인가아아봐아.


20. 현수 방 (밤)

현수, 정찬이와 색종이 접기 같이 하다 바깥쪽 신경쓰이고 문 가만히 열고 밖을 내다보면 김씨, 마루 걸레질하면서 흥이 나 노래 부른다.
현수, 싱긋 웃는다.


21. 강노인 방 (저녁)

옥진, 과일 접시 들어와 보면, 강노인, 옷장을 뒤적대고 있다.
옥진 : 뭐 찾으세요 아버님?
강노인 : 어디 있으낀데....? 차.. 발이 달려 도망을 가삣나..
옥진 : 뭐 찾으시는데요?
강노인 : 내 양복, 느이 혼인날 입었던 양복 말이다. 이기 어디 있기는 있을낀데..
옥진 : (가만 보는)


22. 집 대문 앞 (저녁)

옥진, 쓰레기 봉지 놓고는 가만 생각에 잠겨 멍한데 현수, 쓰레기 봉지들고 나오다 옥진을 보고 다가가 옆에 쓰레기 봉투 놓으면 옥진, 쳐다본다.


23 집 대문 앞 턱 (밤)

나란히 앉은 현수, 옥진.
옥진 : 생각도 못 했어요. 저렇게 좋아하실 줄.
현수 : ...
옥진 : (웃고) 우리 잘한거 같죠?
현수 : (끄덕인다)...
옥진 : 무슨 생각 해요?
현수 : ..아내가.. 좋아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옥진 : (본다)
현수 : 아마.. 많이 기뻐할 거예요.
옥진 : ..할머니한테 얘기 들었어요. 참 고운 분이었다구.
현수 : ...
옥진 : ...(일어나려는데)
현수 : 얼굴만 고운 게 아니라... 마음도 참 고운 사람이었어요.
옥진 : (본다)
현수 : 쥐꼬리만한 시간강사 월급 봉투받아들고도 늘 기쁜 얼굴로 고맙단 말을 잊지 않았고.. 내가 친구 보증 잘 못 서서, 그나마 어렵게 장만했던 전셋집까지 내줘야 했을 때도.. 오히려 날 위로해주고.. 그랬어요. 돈보다... 내 맘 상하는 거 싫다... 웃으면서 괜찮다.. 다 괜찮다..
옥진 : ..얼마.. 같이 살았어요?
현수 : 6년.. 사귄거까지 합치면10년.
옥진 : 그래두 오래 살았네 뭐, 난 우리 남자랑 일곱 달 같이 살았어요.
현수 : (본다)
옥진 : 그땐... 그남자 죽었을 땐, 살려구.. 살려면 잊어야된다... 억지루 억지루 생각 안했는데.
이상해요, 이젠 아무리 애를써두... 하나두 기억이 안 나는거 있죠. 눈이 똥그랬나, 찢어졌나두 생각이 안나구..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랑 살았었나.. 정말 그랬었나, 분명히 그랬는데, 진짜 그랬었나..
현수 : ...
옥진 : (혼자 웃고)아니다, 생각나는 거 있다.
현수 : (본다)
옥진 : 남편이 홍콩 무협영화 디게 좋아했거든요? 하루는 자다 꿈을 꿨는지, 내 얼굴을 뻥 걷어차는 거 있죠. 엉엉 울구 코피 나구.. (웃고) 그래서 우리 딸 이름이 소림이잖아요. 미리 지어주고 갔거든요. (하다 또 쓸쓸해지고)... 애 얼굴두... 못 보구..
현수 : ...
옥진 : ...
잠시 그렇게 침묵.
옥진 : 그래서 더 두 분 맺어드리자 그런 거에요. 우리 소림이 자라는 거 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잴 잃으면 어떨까... 아버님 심정은 어떨까...
현수 : (끄덕이고)서로... 많이 위로가 되시겠죠.
옥진 : (끄덕이고)...
현수 : ...


24. 은행 안 (낮)

김씨, 소파에 앉아 만원권 지폐 세보고 또 세보고... 찌푸린다. 또 침 묻혀 가며 세보는데
강노인 : 망구 돈 많네, 저금하게?
김씨 : ...(또 세면)
강노인, 창구에 가서 만원짜리 몇장 동전으로 바꾸다 다른 창구 김씨쪽 보면
창구여직원 : (계산기 두들겨보더니) 오늘 날짜까지, 연체이자까지 하면 백 팔십 칠만 오천 칠백 이십원인데요?
김씨 : 모자라는 거는 다음에 와서 내면 안 되겠나?
여직원 : (찌푸린다) 일단 받을테니까, 빨리 모자라는 거 채워넣으세요.
자꾸 연체되면 이자만 많이 뿔는데,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실래요?
김씨 : ..그래, 내 담에는 빨리 낼게.
여직원 : 제 날짜에만 내세요.
김씨 : ..그래... 제 날짜에...(어색하게 웃고)
강노인, 의아하게 쳐다보는


25. 은행 앞 (낮)

강노인 : 빚진거 있나?
김씨 : 있으모? 대신 갚아주게?
강노인 : ..달세 살면서 집 대출 받은 기도 이닐끼고, 와?
김씨 : (뚱해)엿 바꿔 먹느라고 빚졌다. 와?


26. 시장통 (낮)

강노인 : 꼴 좋다? 그 나이 묵어 빚잔치 벌이고 자빠졌나.
김씨 : (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니 돈 많재?
강노인 : (본다)?... 내는 자슥한테도 돈 꿔줘본 적 없다!
김씨 : (섭섭) 돈 많나 물어봤재! 내가 언제 돈 꿔돌라캤나!! (가면)
강노인 : (쫓아가면서도) 내한테 시집 와도 내는 니 빚은 몬 갚아준다? 알았나?!!
김씨, 흘기고 꿍얼대며 재게 걸어가고 강노인, 쫓아가다 선다. 숨차다.


27. 시장통, 국밥집 앞. (낮)

걸어오다 국밥집 앞에서 멈춰서는 김씨. 가만 보다 안으로 들어간다


28. 현수네 쪽마루 (저녁)

정찬, (엎으려) 기임... 으은... 조우... 하며 엄마 그림 아래 크래파스로 서툴게.
현수 : 보자, 잘 썼네?
정찬 : (헤에)
현수 : 그럼 이걸로 넣는다?
정찬 : 예
현수, 그림을 두 번 접고, 옆 종이 박스 끌어당긴다. 제일 위에 놓인 '1998' 이라고 씌인 노란 봉투에 그림을 넣는 현수.
정찬, 박스에서 봉한 노란 봉투 여섯 개를 꺼내 하나씩 보고 있는데 김씨, 무릎 두드리며 들어와 보고, 정찬이 옆에 앉아 같이 보는..
'1998년부터 '1995년까지 연도 수와 '사랑하는 정찬이라고 쓴 여자글씨.
김씨, 물끄러미 보는데
정찬 : 아빠, 엄마가 만든 타임캡슐, 살짝 뜯어보면 안되나요?
현수 : 안돼, 엄마가 정찬이 스무살 되면 뜯어보랬어. 아빠가 만든 타임캡슐은 안 궁금해?
정찬 : (씽긋)
현수 : 장모님두 정찬이 추억될만한 거 여기 좀 넣으시죠?
김씨 : (빤히)
현수 : 귀찮아두 해주세요. 지금은 별 거 아닌 거 같애두 나중에 뜯어 보면 얼마나 좋은 추억이에요. (정찬에게)자, 이번엔 우리 정찬이 일곱 살 목소리를 녹음 해야겠네?
카셋트 리코더에 테입을 넣고, 마이크를 들고
현수 : 1998년 11월 24일. 정정찬군이 보내드리는 한밤의 동화나라입니다. (마이크를 대주면)
정찬, 마이크에 대고 동화책 수줍게 읽고 현수, 자기가 읽고 있는듯 끄덕이고 입모양으로 따라하며 기분 좋은 그런 현수를 가만 바라보는 김씨.
착잡한 얼굴 되고.. 어찌 저리 철이 없을꼬... 답답한 마음이다.


29. 국밥집 (낮)

탁! 국밥을 강노인 앞에 놓는 김씨. 뿌르퉁한 얼굴로 가버리면 강노인, 어라? 쳐다본다.
뚱한 얼굴로 덜그럭거리는 소리 요란하게 빈 테이블 그릇 치우는 김씨.


30. 마당 (저녁)

김씨, 수돗가에 수북한 빨래 손으로 북북.
강노인 다가오면 김씨, 인기척에 쳐다봤다, 홱! 외면하고 북북 빨래만.
강노인 : (옆에 쭈그리고 앉아) 니 나한테 뿔따구 났나?
김씨 : (빨래만)
강노인 : (흠흠..) 우리 며느리가 날짜 잡아보자카든데, 언제가 좋겠노?
김씨 : (빨래하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치국부터 떠묵고 자빠져네. 참말로.
강노인 : ? 뭐.. 뭐시? (어이없다가, 알겠고) 그라모? 사위가 진 빚을 갚아줘야 시집을 오겠다 이 말이가 시방?!
김씨 : 누가 빚 갚아돌라캤나! 니 말하는 뽄 때가 밉살시럽어서 그렇다 아이가! 야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캤다!
내가 니같은 거 뭐슬 믿고 같이 살겠노!! (빨래통 들고 일어나 가버리고)
강노인 : 저, 저..! 어데서 뺨 맞고 어데 와서 화풀이고 참말로!! 내가 니더러 국밥집 가서 일하라 캤나!!
소리치고도... 마음은 안 좋은... 본다.


31. 시장통, 닭집 앞 (낮)

배달쟁반 이고 오던 김씨. 닭봉지 들고 가게에서 나오던 강노인과 마주치면 팽, 가버리고 강노인 멀뚱히 본다.
가게에서 보던 옥진, 의아한 얼굴이 되고. 갸웃한다.


32. 주단집 (낮 - 꽤 좋은)

고운 감을 보는 현수, 마음에 든다.
현수 : 이걸로 하면 얼만데요?
여주인 : 몇 폭으로 하시게?
현수 : 예? 폭...?
여주인 : 25폭이면 얼마고, 30폭이면 얼마네요, 거기다 수 놓으면 쫌 더 올라가요.
현수 : (너무 비싸고) !.. 아 예...
여주인 : 좋은 일에 하시는건데, 이걸로 그냥 해요. 한 몫에 어려우면 신용카드로 하시든가. 12개월까진 해드리니까. 신용카드..가 없는데, 그냥 나눠서.. 신용은 확실하니까.. 열 두 달로 나눠서 내면 어떻게...?
여주인, 한심스레 가만 보다.. 그냥 옷감 도로 둘둘 말고, 현수... 멋적게 문 열고 나온다.


34. 학원장실 (낮)

원장 : 참... 탐나는 분인데 어쩝니까... 있는 분들 쫓아낼 수도 없고.. 어떻게 다음 기회에?
현수 : 아뇨, 전 당장 좀 급해서. 됐습니다.(일어나려는데)
원장 : 잠깐만요.
현수 : (돌아본다) ?


35. 입시 학원 앞 (낮)

현수, 골똘한 얼굴로 걸어나온다.
원장 : 정식강의는 아닌데... 애들 모아서 밤에 따로 해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근데 학교랑 시간강사란 말은 빼시고, 내 애들한텐 진짜 명문대 교수님이다 그럴테니까, 어때요? 해보실랍니까?
현수, 깊은 숨 몰아쉬고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데 우르르, 지들끼리 치고 깔깔대며 나오는 아이들, 물끄러미 시끄럽게 가던 아이들을 돌아보던 현수.
그냥 한숨 후우... 내쉬고 차마 들어갈 수 없는 마음, 도로 걸어나와 터덜터덜 걷는다. 답답한 심정이다.


36. 시장통, 과일가게 앞 (낮)

연기를 사는 현수, 여러개 담았다가 계산하려 돈 꺼내다 모자라 몇 개는 도로 물르고..
까만 비닐봉지 달랑 받아들고 돌아서는데 무거운 시장바구니 낑낑 들고 앞에 가는 옥진이 보이고.
현수, 얼른 다가가 들어주면
옥진 : 그냥 주세요?
현수 : 괜찮아요.
옥진 : 저두 괜찮아요. (도로 뺐으려는데)
현수 : 안 주고 그냥 가면.
옥진 : (쫓아가며) 주세요?
현수 : 무거운 거 들면 어깨 처지는데. 그건 뼈에 무리가 간단 얘기에요.
옥진 : (보면)
현수 : (다정하게) 담부턴 몰아서 장보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사세요.
지금이야 힘든 거 몰라도 나중에 봐요. 허리굽고 아프기 쉬워요.
옥진 : (물끄러미)...
현수 : 왜요?
옥진 : 아, 아니에요 아무것두.(본다, 묘한 느낌).. (갸웃 보고, 따라간다)


37. 시장 철물점 앞 (낮)

현수 바구니 두 개 들고 기다리고 있고, 옥진 나오더니 툴툴 대는.
옥진 : 도둑놈, 못 몇 개 박는데 오천원을 달래? 야아 치사해서 내가 박는다 내가 박어!
현수 : (웃고)
시끄럽게 못박는 소리


38. 옥진 마루 (저녁)

현수, 떨어진 싱크대 문 연결부위 못을 쾅쾅 박고 있고, 소림 정찬, 못 건네주고 구경하며 옆에 쪼그려 앉아있다. 빨래 걷어오던 옥진, 본다. 미소 감도는.


39. 강노인 방 (밤)

강노인, 세금계산서며 전표 따위 정리해서 꼼꼼하게 장부에 적고 있고,
옥진, 돈 (꽤 된다) 단위 별로 따로 놓고 정리하면서.
옥진 : 못 하나 박을 줄 모르는 샌님인 줄 알았드니, 그래두 남잔 남자네요?
강노인 : (힐끗)
옥진 : 참 할머니한테 물어보셨어요? 날짜 언제가 좋을지.
강노인 : (적지만)
옥진 : (보고) 두 분 싸웃셨죠, 그쵸.
강노인 : (적기만)
옥진 : 왜 싸우셨어요? (웃고) 사랑싸움 하신 거에요?
강노인 : (째려보면)
옥진 : (찔끔했다.. 헤에 멋적게 웃으며)
강노인 : 없던 일로 해라 고마. 나도 이 나이 묵어가 다시 살고 우짜고, 그럴 마음도 없다.
옥진 : 네?
강노인 : 귓구멍이 쳐묵었나! 그냥 혼자 살겠다카이! (적고)
옥지 : ??(의아한다)


40. 김씨방 (밤)

아야야.. 허리,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있는 김씨, 온데가 쑤시고 아픈데,
노크소리 나면 얼른 파스를 이불 속으로 집어넣고.
현수 들어오는데, 양손애 책 보따리 두 개 들고 와 김씨 앞에 놓는다.
김씨 : (보면)
현수 : (보고) 이쪽은 그동안 읽어드린 시집이구요, 이쪽 건 아직 못 읽어드린 거. 이제부턴 장모님이 소림이 할아버지한테 읽어드리세요.
김씨 : 돼지목에 진주가 따로 없겠네. 치아라 마.
현수 : ?(갸웃 했다) 날짜는 어떻게.. 찬바람 나기 전에 잡는게 안 낫겠어요?
김씨 : 내가 안 갈끼다.
현수 : 지들 때문이면 걱정 마세요.
김씨 : (본다)
현수 :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 살면 장모님이 좀 불편하실 수도 있으니까. 학교 앞에 싼 방 나온 게 있나 좀 알아보구, 정찬이두 이제 컸으니까 집에 혼자 놔둬두 괜찮고, 심심해하면 피아노 학원을,
김씨 : (일어나며) 안 간다카이 와 말이 많아 쌌노 안 간다카이!!
현수 : ?(보면)
김씨 : 니 동작 한번 빨라 좋다? 그래 빨리 보내삐고 싶나?!
현수 : 예?
김씨 : 니 단단히 들어두거래이. 내는 안 간다! 알았나! (쾅 닫고 나가고)
현수 : (벙해지는)...!


41. 집 대문 앞 (밤)

턱에 나란히 앉은 옥진, 현수. 심란한 표정들.
옥진 : ...
현수 : ..그냥.. 가만 있어두 되는 건가 모르겠네?
옥진 : 밀어부쳐요 우리.
현수 : (본다)
옥진 : 살 날 많이나 남으신 분들이에요? 워 때문에 다투셨난 몰라도, 진짜 싫어 그러시는 거 아닌거 같구.
현수 : ...우리가.. 지원 사격을 하자...?
옥진 : (끄덕이면)
현수 : (끄덕였다) 근데.. 어떻게요?
옥진 : 그건.. (생각 안 해봤다. 골똘해지는) 음.. (생각 안 난다)
현수 : (생각하는)...(쉽지 않고)...
턱 괴고 각자 고민스러운 두 사람.


42. 시장 이불 집 (낮)

감을 펼쳐보이는 아줌아, 강, 김, 현, 옥 보는데, 두 노인네 둘 다 뚱해 좀 떨어져 서있다. 관심 없는 척 뚱한 얼굴들이지만, 슬쩍슬쩍 옷감들 보게 되는... 아주 관심이 없는 눈치는 아니고..
현수, 옥진, 이것저것 구경하고 골라보며
옥진 : 이거 어때요?
현수 : 그래두 혼수이불인데, 화려한 게 안 좋은가?
옥진 : 오래 보면 질려서 안 돼요. (강노인 돌아보며) 아버님 이게 더 난 거 같죠?
강노인 : (뚱하니) 괘안네.
현수 : (김씨에게) 어떤 게 더 좋아요?
김씨 : (시큰둥하니) 나는 쩌게 낫재 싶은데.
현수 : 저 분홍색요? (가져와 보는데)
아줌마 : (현, 옥에게) 어쩜.. 한 집에 살드니, 진짜 한 집 사람이 돼네?
옥진 : 두 분 참 잘 어울리시죠?
노인네들 : (서로 삐죽하는데)
아줌마 : 같이 사는 사람들이 잘 어울리면 그만이지, 어르신들까지 무슨 상관이야?
넷 : ?
아줌마 : (현, 옥 흐뭇하게 보며) 둘이 차암 잘 어울린다. 진짜 제 짝을 만난거 같다아.
현, 옥 (서로 보고, 무슨 고린가 싶으데)
아줌마 : (노인네들에게) 생각 잘하셨네요. 난 두 집 다, 참 딱했는데,
이제라두 떠나 보내줘야지, 천년만년 붙잡고 계실 수야 없는 거잖아요. 그러믄, 주책 없는 노인네들이라고 존가락질 받기 십상이지, 친자식들두 아닌데.
현, 옥 : (순간 당황스럽고)
김, 강 : (치미는)...!!


43. 국밥집 주방 (낮)

김씨, 요란스럽게 그릇이 다 깨질 듯 설겆이하고 있고 다가와 살짝 눈치를 살피는 현수.
뭐라고 말도 못 부칠 기세고.


44. 닭 집 (낮)

있는 힘껏 생닭 목을 내려치는 강노인.
탁탁! 칼질이 무섭고.
옥진, 샐러드 버무리다 강노인을 살피고.. 어떡하지...? 걱정스럽게 찌푸린다.


45.시장통 (낮)

옥진,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가다 홱 돌아보며
옥진 : 아니면은요?! 그럼 이불집 가잔 게 나였단 말이에요?
현수 : (쫓아가며) 이불집 가자는 아이디어가 나빴던 게 아니죠?
이불집이라고 고른 집이 그런 주책 바가지 아줌마네 였다는 게 문제였지.
옥진 : 내가 알았어요 그런 일이 생길지? (흘겨보고 가고)
현수 : (찌푸리고, 쫓아간다) 친한 아줌마라며요?


46. 시장통, 개고기 가게 앞 (낮)

철창안에 개들 쭉 진열돼 있고, 옥진 와서 구경하며 보는 현수.
쫓아왔다 못마땅해 보고는
현수 : 친구 이상 가까운 아줌마라며요?
옥진 : (쫌생이..!) 흘기고 주인에게 무슨 약 실험인가 한 개들이 나돈다면서요?
주인 : 아유 우린 먹는 거 장난 못 쳐요. 천벌을 받지.
현수 : (있기 싫은 마음 뿐).. 딴 데 가죠 얘길 하죠.
옥진 : 난 더 할 얘기가 없네요. 아저씨 이걸루 주세요.
현수 : 거기가 먼저 꺼낸 얘기였잖아요. 이제 와서 할 얘기가 없다면.
옥진 : 아니 아저씨, 그거 말구 이게 더 낫겠다. (했다, 현수에게) 한마리 다는 너무 많은데, 반마리씩 나눠 살래요?
현수 : (반마리...? 더는 못 참겠고 우욱...가버리면)? (삐죽이는데)
현수, 다시 돌아와 개고기 가게 쪽에 시선도 안 준채, 옥진이 든 시장바구니만 홱 뺏어 들고 씩씩 가버리고.
옥진, 황당하게 쳐다본다.
옥진 : ?..! (화난 마음 좀 풀리는 느낌)


47. 김씨 방 (밤)

김씨, 옷장 서랍을 열어 보자기로 곱게 싼 액자 꺼낸다.
바닥에 놓고 펼치면.. 은주의 사진액자다. 환하게 웃는 사진 속의 딸을 물끄러미 보는 김씨. 그리운 마음...


48. 마당 (밤)

김씨, 나오다 보면 강노인, 담배 뻑뻑 피며 서 있는


49. 마당 (밤)

턱에 나란히 앉아있는 강노인, 김씨.
강노인 : ...
김씨 : ...
강노인 : 나 진짜 싫나?
김씨 : 니도 싫다 안캤나.
강노인 : ...
김씨 : ...
강노인 : 니 섭섭해해도 할 수 없다. 내 돈은 내 돈이 아이고, 다 우리 며느리랑 손녀 딸끼다.
김씨 : (본다)
강노인 : 그래. 작정하고 번 돈이니께이 내는 손 몬 낸다.
김씨 : (흘기는) 누가 진짜 돌라캤는 줄 아나.
강노인 : ... 짊어진 빚이 얼만데?
김씨 : 거는 알 거 없고.
강노인 : 차라리 사위를 직장에 나가라카지 와?
김씨 : 우리 사위는 모린다.
강노인 : ? (본다)
김씨 : 다 갚았는지 안다.
강노인 : 와?
김씨 : ...딸아가 말하지 말라캤다.
강노인 : ...
김씨 : ...
강노인, 주머니에서 담배 꺼내 뻐벅 피워대면 김씨, 강노인 손에서 담배 성냥 뺏어 자기도 물고 한모금 빠는데.
강노인, 김씨 담배 홱 뺏어 발로 비벼꺼버린다. 김씨, 보면, 강노인, 그냥 심란한 얼굴로 뻑뻑 피워댄다.
김, 강 : ...


50. 집 외경 (새벽)

국민체조 음악


51. 현수방 (새벽)

국민체조 음악 시끄럽고, 어후.. 현수, 다시 이불 뒤집어 쓰고 잔다.
머리맡에는 교수채용공고 (영문학과 교수란에 동그라미 쳐져있는)
신문 오린 것, 정성스레 쓴 이력서, 자기 소개서 따위 어지럽게 널려있고
현수, 시꾸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자꾸 뒤챈다.


52. 집 마당 (새벽)

강노인, 옥진, 소림, 정찬 넷이 음악에 맞춰 체조중.
정찬, 능숙한 옥진네와 달리 서투르게 곁눈질로 따라하지만 재미있어 하는 얼굴이다.
김씨, 칫솔 컵 들고 수건 목에 두르고 하품 하며 나오면 강노인, 와서 하라고 고개짓.
김씨 : (궁시렁) 아들도 아이고. (수돗가쪽으로)
강노인 : (가서 끈다) 운동은 아들만 하나. 일루와봐라.
김씨 : 됐다. 그래 오래 살고싶나?
강노인 : 오래 살라꼬 하자카는거가? 깨끗하게! 건강하게! 죽자꼬 하자카는 것이제.
김씨 : (본다)
강노인 : 니 나중에 벽에 똥칠하고 싶나?
김씨 : ...
강노인, 김씨를 끌고와 옆에 줄 세우고 하나 둘 하나 둘 구령까지 불러가며 체조하고
김씨, 어색하게 강노인 하는 것 힐끔대며 서툴게 따라하고,
옥진, 힐끗 김씨와 강노인을 보고 웃음짓는 화해를 하셨나?


53. 닭집 (낮)

옥진, 기분 좋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따라 부르며 닭 튀겨내고 있는데.
문 확 열리고 잔뜩 오른 현수 들어온다.
옥진 : ?(보면)
현수 : 도대체... 아니, 그집에서는 아이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옥진 : 네?
현수 : 이거 좀 보십시오. (하며 내미는데)
이력서 자기 소개서가 종이 비행기, 배 따위로 접혀져있다.
옥진, 펴서 본다.
무심코 자기 소개서를 읽게 되는데. 현수, 느끼고, 얼른 채가며.
현수 : 애 교육 좀 똑바로 시키세요.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거! 들어와서 중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함부로 만지고 못 쓰게 만드는 거! 일곱 살이면 그게 나쁜 짓이라는 것 정도는 구분 할 수가 있어야죠?
옥진 : (화끈하고)...! (빤히 본다)
현수 : 아이한테 남겨줄 유산이 돈이 줄 알아요? 교육입니다! 사랑받는 인간이 되는 교육! 쓸모있는 인간이 되는 교육!
옥진 : 그래서? 우리애가 미움받고 쓸모없는 인간이 될거다 이 말이에요?
현수 : (허!) 말을 하면 좀 새겨들을 줄 몰라요?
옥진 : (허!) 그래요! 나 무식한 여편네라 새겨 듣기가 아주 어렵네요!
현수 : (어이없고) 이보세요.
옥진 : 그러는 그 집 아들은요. 애가 샌님이구 애어른이지, 그게 어디 애에요?
현수 : 아, 아니.. 왜 우리 애는 끌어.
옥진 : 아무리 거칠고 버르장머리가 없어두! 엄마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애가 어디가 나아도 더 나은 거 몰라요?! 책으로 애 키우는 줄 알아요?!
현수 : (너무 기막혀 말이 안 나온다)
옥진 : (종이 확 채가) 얼마에요? 물어줄께요. 얼마에요?
현수 : 진짜... 상대를 못 할 사람이구만....? (노려보다 나가고)
옥진, 노려보고... 속상하다!! 종이 확확 구겨 바닥에 던진다.


54.집 마당 마루 (낮)

옥지, 대문 확 밀치고 들어서면, 소림, 보자기를 망토 삼아 펄럭이며 장난감 칼로 정찬이를 마냥 구석쟁이로 몰아 쿡쿡 마구 찔러대며.
소림 : 악의 무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을 받아라! 이얏! 얏! 얏!
정찬 : 항복! 항복이라니까! 야 고만해! 항보옥! (하는데)
소림 : 그래도 소용없다!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마구 찌르는데)
옥진 : (가만 노려보다 빽) 소림아 ! ! !
옥진, 잔뜩 오른 얼굴로 다가와 소림을 붙잡고 '이눔의 기집애!
이눔의 기집애! 철썩 철썩 때리며 끌고 마루로 올라가고. 정찬, 멍해 본다.
옥진, 소림의 팔을 꽉붙잡고 열이 나 눈에 띄는 빗자루 들어 소림이 엉덩이를 펑펑 때리고.
소림, 영문을 몰라하며 엉엉 울며 팔을 빼려고 하지만 안빠지고 점점 더 크고 섦게 우는데
현수, 대문 들어서다 보고 놀라는 눈. 마루로 뛰어 올라가 우는 소림을 떼어 뒤에 숨기고.
현수 : 아니...! 애 잡을 일 있어요?!
옥진 : 이눔의 기집에 너 이리 못 와?! (잡으러) 못 와? 일루와!
현수 : 그만 좀 해요!
소림 : (울며 현수 등에 찰싹 붇어 피하고)
옥진 : 너 일루와!! 못 와? 이눔의 기집애!!
현수 : (팔을 뒤로 해 소림을 감싸고 피하며) 정말 왜 이럽니까?!
옥진 : (메이고 얼나) 내 자식 사랑받고 쓸모있는 인간으로 만들라 그래요 왜요?! 못 비켜요? 비키란 말예요!! (또 빗자루 들어 때리면)
소림을 번쩍 안으며 일어나고, 때리려는 옥진과 짧은 실갱이
옥진, 현수 힘에 밀려 마루에 엉덩방아 찧고 제 풀에 무릎에 얼굴 파묻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현수, 착잡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내려다보는...


55. 옥진방(밤)

자는 소림의 이불 벗기고... 잠옷 바지를 가만히 내려보는 옥진.
보란빛으로 줄이 간 자국들... 옥진, 글썽해 자국들을 손으로 쓰다듬는다.
쿨쩍쿨쩍... 눈물이 나고.


56. 현수방 (밤)

컴퓨터 자판 두들기다 가만 생각에 잠기는 현수, 마음이 안 좋고 자는 성찬을 내려다본다.
정찬에게 다가가 가만 얼굴을 쓰다듬는다. 애처로운 마음... 후우... 먼 데 본다.


57. 대학 앞 찻집 (낮)

현수, 옥진 마주 앉아 있다.
현수 : ...
옥진 : ...
현수 : ..미안합니다... 제가... 사실은... 그게요, 어차피 보내봤자 뽑히지도 않..을 이력선데...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래두 밤을 꼬박 새서 쓴 건데.. 겨우 어린애... 놀다 버린 휴지조각 된 거 보니까... 미안합니다. 변명거리두 안 되는 건데...
옥진 : (물끄러미)
현수 : 미안해요.
옥진 : ...나두요.
현수 : (본다)
옥진 : 정찬이... 곱구 바른 앤데. 내가 잘 못 말했어요.
현수 : ..
옥진 : 이상하게... 아빠 없이 자란 애라 그런가... 누가 우리 소림이 뭐라 구러면 그레 그냥 넘어가 지지가 않아요. 항상 그러면 나쁜 거 아는데, 애한테두 나쁜 거 아는데, 갑자기 눈이 뒤집히구 가슴에 칼이 와서 꽂이는 거 같이... (글썽해. 괜히 딴 데 본다)
현수 : ...
옥진 : ...
옥진, 그렁한 눈으로 딴 데 계속 시선 두는데.
한무리의 여대생들 까르르 웃으며 들어와 건너 자리에 앉아 떠들어대고 즐거운.
옥진, 물끄러미...
옥진 : (그렁해)... 참 좋아보인다...
현수 : (따라본다)
옥진 : ..몇 살쯤 됐을까요...? 스무살...?
현수 : ...
옥진 : 저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 걸까...?
현수 : ..우리 사는 세상이랑 똑같겠죠.
옥진 : ...(피식, 아니라는 웃음)
현수 : (본다) 왜요?
옥진 : 사람마다... 다 사는 세상이 달라요. 저런 스물도 있구... 나같은 사람 보낸 스물두 있구...
현수 : 어떻게 달랐어요?
옥진 : 내 스물에요? (생각, 쑥스러운지 쿡 웃고)
현수 : (본다)
옥진 : 나요... 내 스물엔... (웃는) 구두를 훔쳤어요. 이모네 하숙집에서 빨래두 하구 청소도 하구 그랬는데. 거기 나랑 동갑내기 여대생이 있었거든요? 아주 예뻤어요. 현수씨 그분처럼요.
현수 : (본다)
옥진 : 그걸 신으면, 나두 그애처럼 될 거 같았는데...
현수 : 그랬는데요?
옥진 : (씁쓸히 웃으며) 들어가질 않드라구요, 들어가지가....
현수 : ...
옥진 : 애 아빠가, 결혼하기 전에 그러데요? 돈 벌어서, 꼭 나 공부시켜준다구. (웃고) 공부는커녕... (얕은 한숨) 전엔 그냥 욕심이었는데... 애는 자꾸 커가구... 겁날 때 많아요. 재를 어떻게 키워야되나. 나 보구 날 그대루 닮으면 안 되는데.... 나는 뵈줄 게 정말 하나두 없는데...(글썽해지고)
손으로 대충 눈가 훔치며 멋적게 냅킨 찾는데 없고. 현수, 말없이 손수건 꺼내 건네 주면.
옥진, 쿨쩍이며 눈물 닦고 코까지 힝 풀었다.
옥진 : ...어머 ...어뜩해 이걸... 미안해요 빨아다 줄게요.(당황하면)
현수 : (웃으며) 괜찮아요. 그렇게 쓰라고 있는 거에요. 손수건은.
옥진 : (멋적어 웃고)
현수 : (미소 짖는)


58. 닭집 (낮)

강노인 : (통화중) 몇 동 몇 호라고요? 예 알겠심더. (끊고 돌아서면)
전화벨.
강노인 : 여보세요? 예? 예 금방 갈낍니다. 예.(끊으면)
전화벨
강노인 : (돌겠다) 여보세요? 잊어뿌린 게 아이고, 예 다 됐심.
여보세요? (했다 탁 끊는데) 참말로! 가게도 잠가놓고 어델 쏘다녀쌌나 말이다!
소림, 정찬이와 손잡고 들어온다. 정찬, 꾸벅 예의바르게 인사하고.
강노인 : 소림아, 느그 엄마 어데갔는지 모리나?
소림 : 엄아, 아까 아저씨 전화 받구 나갔는데?
강노인 : 아저씨 누구?
소림 : 정찬이 아빠요.
강노인 : 누구?? (이해 안 간다는 얼굴)


59. 거리, 서점앞 (저녁)

나란히 걷는 현수, 옥진.
현수 서점 앞에서 멈춰선다. 옥진, 본다.


60. 서점 (저녁)

현수, 자녀교육 책 좋은 거 몇 권 골라 옥진 손 위에 놓아주고, 소설책 시집도 한 두권 고르고, 카운터 계산하려는 옥진 대신 기어코 다자기가 돈을 내는 현수.
옥진, 곤란한 얼굴이지만 한편 고맙고... 미소 짓는.


61. 집 대문 앞 (저녁)

서성대는 강노인, 김씨. 목을 빼고 골목길 본다. 왜 안 오나...?


62. 동네 간이공원 벤치 혹은 화단 정도 (저녁)

쌀쌀한지 몸 오그리며 기다리는 옥진, 옆에는 책 봉투 놓여있고.
현수, 종이컵 두 개 들고 들어온다.
옥진 : (미소 받는)
현수 : (앉으며) 거봐요. 차라리 밥도 먹고 따뜻한 차 주는 데 갔으면 되는 걸.
옥진 : 밥은 집에 있구, 아까두 고깟 차 한잔에 오천원이 뭐에요? 날강도가 따로 없어.
현수 : (웃고) 돈 아니라 분위기 값이니까.
옥진 : (삐죽) 분위기까지 돈으로 산단 말이죠?
현수 : (본다)
옥진 : 하긴 돈 있는 사람들이 뭐는 못 사요.
현수 : 돈 없어두 느낄 수 있는 것두 많아요.
옥진 : (본다)
현수 : 가끔 숨차게 달리던 거 멈출 줄만 알아두... 된다구요. 가끔 무작정 대책없이 쉬어두 보구, 가끔 하늘도 쳐다보구, 아 구름이 저렇게 생겼었지... 맞다. 어렸을 때 봤던 새철 구름이 아직 있네? 사람들 얼굴은 저렇게 생겼구나. 어? 장모님 얼굴에 전에 못 봤던 작은 흉터가 있네...? 왜 생겼어요? 물어보면, 이건 어렸을 때 작은 오빠 따라 감나무 올라갔다 떨어졌드랬지... 들으면서 나 어렸을 땐 어땠나 생각두 하구...
옥진 : (가만 본다)...
현수 : (웃는) 난 가끔 아니라 너무 자주라서 문제긴 하지만...
옥지 : (보는)...
현수 : (느끼고) 왜요?
옥진 : (고개 젓는)
현수 : 왜... 내말, 틀려요?
옥진 : (고개젓는)
현수 : 그럼 왜요?
옥진 : 그냥...(멋적게 웃고는) 쉬면... 잠깐이라두 멈추면, 그대루 주저앉을 거 같애서... 나 못 그랬는데.
현수 : (웃고) 주저앉으면 또 어때요.
옥진 : (본다)
현수 : 다시 못 일어날까봐요? (미소) 아뇨? 옥진씨... 안 그럴 사람이예요.
옥진 : (본다) 날 알아요?
현수 : (그저 웃고)
옥진 : (피...씨익 웃고는 하늘 보고)...
현수 : (보고... 따라보는)
그렇게 말없이 편안한 느낌으로 앉아있는 두 사람.


63. 집 대문 앞 (저녁)

서성대던 강노인, 김씨, 저만치서 정답게 이야기하며 걸어오는 현수와 옥진이 눈에 띄자, 눈이 뚱그래지고.
자기도 모르게 동시에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고.


64. 집 대문 안쪽 (저녁)

살짝 대분 약간 열고 틈으로 바깥을 살피다가, 서로 눈 마주치면.
김씨 : 니 죄지었나?
강노인 : 나만 숨었나?
김, 강 : (흠흠!)...(궁금해 또 내다보다)
현수, 옥진 가까워오면 얼른 집쪽으로 각기 줄달음치는...


65. 강노인 방 (저녁)

불꺼진. 후딱 이불을 덮어쓰고 얼릉 돌아눕는 강노인.
옥진, 문 열고, 봤나 의아한.
옥진 : 아버님... 어디 편찮으세요?
강노인 : 감기가 올려나, 쫌 으실으실하네, 가봐라.
옥진 : ..쉬세요? (나가려는데)
강노인 : (궁금)... 어데, 급한 데가 있었나보재.
옥진 : 예?..(했다.. 어머..)... 죄송해요 아버님... 오늘 혼자 힘드셨죠?
저, 오늘...(하나, 어떤지 말 못하겠고)...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급하게 가느라구... 말씀두 못
드리구... 어떻게 끝나는 대루 바로 오긴 왔는데...
하며, 돌아누운 강노인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강노인 : ...!(어라?? 싶고. 돌아누워 보고).. 그 봉다리는 뭐꼬?
옥진 : 예? 예.. 저기..
강노인 : 요새는 초상집에서 책도 주고 그카는 가보재?
옥진 : 네? 아.. 아뇨.. 이건 서점에서...
강노인 : 됐다. 피곤할텐데 가서 쉬어라.
옥진 : 예...


66. 강노인 방문 앞 (저녁)

나온 옥진. 안도의 한숨 내쉬고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했다.
이상한, 왜 거짓말을 했을까? 스스로도 의아해지는 표정이다.


67. 김씨방 (저녁)

팔짱 끼고 미간을 모으고 앉아있는 김씨. 수상쩍기도 하고 괘씸하기도한...
마음으로 곰곰 생각하다 바깥쪽 째려보게 되는...


68. 집 마당 (밤)

칫솔 들고 나오던 옥진과 현수. 서로 마주치고.
설핏 웃으며 수돗가에 가서 칫솔질 하기 시작하는데 왠지 어색한 기분이기도 하고.
조금은 두근대기도 하는 마음... 아닌체 하려고 할수록 더 이상한 기분에 괜히 시선 피하며 열심히 칫솔질 하는데.
-옥진네 마루문 뒤
강노인
커튼으로 몸 거의 다 가린채 수상쩍게 쳐다보고.
-현수네 출입문
틈새로 훔쳐보는 김씨. 두 노인네의 시선으로 본 옥진과 현수, 함께 칫솔질하는 폼새가 너무 다정해 보이고...
두 노인네, 허!! 어이없고 기막히단 표정이다.


69. 짧은 몽타쥬(밤)

-강노인 방 ;강 노인 어이없고 괘씸한 마음에 이리저리 뒤채며 잠을 못 이루고...
-현수 방
컴퓨터 앞에 앉은 현수. 몇 자 치다 말다... 자꾸 생각이 딴 데 가는 표정... 가만 생각에 잠겼다. 쿡 웃기도 하고... 내가 왜 이러지? 갸웃 했다 골똘해지는
-옥진 방
자려고 불 끄려다 현수가 사준 책들에 눈이 가고. 가만 들어 펼쳐본다. 흐뭇한 미소 감돌았다. 이내 스치는 어두운 그늘...
-김씨 방
김씨 자꾸 잠 못 들고 뒤채는 김씨. 심란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는다. 집 외경.


70. 약수터 벤치 (이른 아침)

강노인, 와서 보면 김씨, 앉아있다. 강노인, 옆에 앉으며
강노인 : 와? 곰곰 생각해보이, 시상에 나같은 사나이가 없다카는 깨달음이 얻어지드나?
김씨 : (흘기고)
강노인 : ..(이내 심란한 표정이 되고)...
김씨 : 잠은 잘 잤나?
강노인 : 내는 도적놈이 업어가도 모리는 사람이다.
김씨 : 복도 참 많네.
강노인 : ...
김씨 : ...
강노인 : 와 보자캤나? 망구, 다리도 성치 않다카드이.
김씨 : (흘기고) 내사, 밤을 꼬박 새가 생각해보이.
강노인 : (본다)
김씨 : 참말로 큰일 날 일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른이 되가, 아들이 잘못된 길을 가모, 바로 잡아주는 거이 어른이지, 이카는 생각도 들고, 불씨는 쪼매할 때 잡아야카는 긴데.
강노인 : 원 사설이 그래 길어쌌노!!
김씨 : (흘기고) 내는 우리 사위 몬 준다!
강노인 : 내도 우리 며느리 몬 준다!
김, 강 : (서로 봤다)?
강노인 : 니, 우리 며느리가 어데가 어때서 안된다카는기가?!
김씨 : 언감생심! 시장바닥 여편네가 어데 감히!
강노인 : (하!) 빚방석에 앉아가 달세 내고 사는 교수한테 보낼참에야 내 하라리 동네 거렁뱅이 한테 우리 며느리 준다!
김씨 : (허!) 그래. 무식하이께네 그나이 쳐묵도록 닭 모가지나 치는 백정신세를 못면하는 기다. 이놈의 영감탱이야!
강노인 : 배, 백정!
김씨 : 내가 고작 시장바닥 여편네 좋은 일 시켜주자꼬 우리 사위 그래 공을 들이고 지켜왔는 줄 아나? 천만에 만만에다? 이눔의 영감탱이야!!
강노인 : 그래! 그 쭉정이 같은 사위 끼고 잘 묵고 잘 살아라?!
김씨 : (일어나) 누가 할 소릴 누가 하고 자빠졌노 참말로!!(확 흘기고 가고)
강노인 : 니 방 빼!!
김씨 : (홱 돌아 쏘아보며) 지 말라캐도 당장 끼다!! 내가 너그 같은 인간들하고 한 지붕을 이고 살 줄 아나!! (가고)
강노인 : 저, 저...!!


71. 닭집 (낮) 손님없고 한산한

옥진, 탁자에 앉아 현수가 사준 책 깊이 잠긴 얼굴이고.
강노인, 깍뚝무썰면서 힐끔 옥진을 보고 눈이 가늘게 떠진다.


72. 서점 (#과 동장소 -낮)

옥진, 책들을 도로 주고 환불을 받고 있는. 심란한 표정이다.


73. 집 대문 앞 (밥)

옥진, 서성대며 기다리고 섰다가 현수가 걸어오는 것 보고 가만 보게되는...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보고. 현수, 옥진을 보고 반갑게 미소지으면 다가오는데.
옥진 : 저...
현수 : ?
옥진 : .. 이거...(꼬깃한 봉투 준다)
현수 : 뭡니까...? (털어보면 만원 2,3장, 잔돈... 의아해 본다)
옥진 : 책값..이에요... 아무래두...
현수 : ?(보면)
옥진 : 제 돈으로 다시 샀어요.
현수 : (좀 어이없고) 아니... 그게 무슨...?
옥진 : 나두 잘 모르겠는데, 암튼, 그게 더 맘이 편해서...
현수 : (가만 보는)
어색하고. 피하고 싶은 마음. 그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현수, 반사적으로 옥진의 팔목을 잡으며
현수 : 아니... 얘기를 좀 해봐요. 뭐가... 잘 못 됐는지.
옥진 : 저 여태껏 누구 도움 받지두 않고 도움 주지두 않구 그렇게 살았어요. 앞으로두 계속 그렇게 살거구요. (들어가려는데)
현수 : (더 세게 붙잡고) 돕고 도움받고 뭐가 나빠요?
옥진 : 암튼 난 싫어요. (팔 빼려는데)
현수 : (안 놓고) 내 책이 왜요? 책이. 책이지.
옥진 : 책이 그냥 책 안 같다구요!! 그래서요!!
순간 마주치는 눈길... 짧지만 느낌 오가고 서로 당황스러운.
옥진, 확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가고. 현수 멍한데...
-조금 떨어진 골목길 어두운 곳에 우두커니 서서 보는 김씨.
이미 다 본 것 같은 표정. 충격받은 얼굴...!


74. 김씨 방 (밤)

김씨, 옷가지 따위 아무렇게나 마구 가방에 쑤셔넣다.
아휴우우.....
속이 미어지는지 주먹으로 가슴도 몇 번 쾅쾅치고... 그러다 또 치미는 분함.
다시 막 쑤셔넣고.
은주 사진을 맨 위에 놓는.
현수 : 장모님, 장모니임!!


75. 집 마당 (밤)

김씨, 가방 들고 바깥채서 나오고.
계속 가방 당기고 말리며 쫓아가는 현수.
-마루
강노인, 옥진 의아한 얼굴로 본다.
현수 : 장모님, 무슨 일인지, 들어가셔서 말씀하세요. 예?
김씨 : 놔라!
현수 : 장모님!
김씨 : 놔라카이!
현수 : 고정하시고. 들어가서 차근차근.(하는데)
김씨 : 놔라!
하며, 있는 힘껏 현수를 밀치고.
현수 황당한 얼굴로 보고...?!


76. 골목길 (밤)

앞서가는 김씨. 현수, 가방 당기며
현수 : 애들 어린냥두 아니구, 정말 왜 이러세요?
김씨 : 왜 이래쌌노. 나는 양로원 간다카이!! (가고)
현수 : (후우우... 짜증스럽고)


77. 거리, 버스정류장 근처 (밤)

현수 : 진짜 가실 생각도 없으시면서,
김씨 : 긴지 아닌지는 보믄 알 거 아이가. 저 버스가 맞지 싶은데.
현수 : (더 이상 못 참겠다) 장모님!! 계속 이럴꺼예요. 정말?!
김씨 : (돌아본다. 어라 싶고) 계속 이칼끼다. 그라모? 그라모, 니 우짤낀데?!! 와? 어따 내다삐고 싶나?! 걱정마라?! 니 그카기 전에 내가 사려져준다 안카나?!
현수 : (돌겠다) 제발 이러지 좀 마세요!! 저도 힘들어 죽겠다구요!!
김씨 : 힘들어? (허) 니 지금 힘들다꼬 했나? 야야 터진 입이라꼬 참말로. 가당치도 않네?
현수 : (쏘아보면)
김씨 : 니 힘든 게 뭐 있는데? 한 번 들어나 보자?
현수 : (쏘아본다)
김씨 : 우리 은주! 내 곱디 고운 딸 은주가, 니같은 거 만나가 울마나 고생을 하다 갔는지 니 아나 모리나?
현수 : ...?
김씨 : 박사? 교수? 치아라 마! 그 잘나빠진 꼬부랑 글씨나 외고 니 폼재고 자빠졌을 때. 우리 은주, 넘의 집 가가 잘난 사모님 빤쓰 빨아주고 있었다!! 니 그거 모르재?!
현수 : ?!! 예? (못 알아듣고)
김씨 : 한 시간에 이만원두 안 되는 강의 한자리 얻어줄라꼬. 잘난 박사 사모님 우리 딸! 넘의 집 파출부 댕겨가 느그 지도교수 술 사다 바치고! 양복 티켓 끊어다 주고! 행여 니 알까봐, 다리에 쥐가 나도 밤에 몰래 나와서 혼자 울었다!! 니 그거도 모르재?!
현수 : (멍하고)...!
김씨 : 와 놀랐나. 쥐꼬리 반토막도 안 되는 강사 월금으로 우예 살아졌니. 니 한번도 궁금한 적 없었재?
현수 : ...!!
김씨 : 더 놀랄 얘기 또 해주까? 너그 잘난 친구 빛보증 때문에 전셋집 날리고! 그가고도 모자라서 느그 여편네! 어떤 날은 하루에 두 집! 매일 일 나갔고! (목 메어) 일 댕겨오다, 사고가 났다!! 내가 울메나 한이 맺히는지...! 우째 사는 마지막 날까지 그래 고생을 했니 싶으이... 눈물이 앞을 가려가...
현수 : ...
김씨 : (옷자락으로 눈물닦아 내고) 내가 울매나 절통한 마음으로 가가 벌어다주는 쌀을 목구멍으로 샘켰는지.... 나까지 무릎 다쳐가... 병원 신세 지면서 내 마음이 을메나 썩어 문드러졌는지...
현수 : (침통하고 충격 받아 말문이 막힌 채 쏘아만 보는 눈시울이 붉고) 왜...왜...?
김씨 : 와 말 안 했나 묻는기가? 니 내가 국밥집에 소일거리 삼아 간다캤을 때. 와카는데요? 물어놔 봤나? 니가 니말고 관심 가지는 인간이 시상에 있기나 있나?! 또 모르재. 닭집 여편네는 쫌 다른가... (라고 쏘아보고 홱 가버리고)
현수 : (충격 받은 채 멍해... 그대로 가만히)...
가다 돌아보는 김씨. 굳은 듯 서 있는 현수를 보는 마음 안 됐고.
이게 아니었는데... 언짢고... 찌푸린다.


78. 동네 간이공원 벤치 혹은 화단 정도 (밤)

혼자 벤치에 팔짱 끼고 앉아있는 현수.
애써 참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흐느낌....
현수, 그대로 허리를 무릎까지 구부리고 오랫동안 등을 들썩이며 울음 삼키려 삼키려 애쓰는...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김씨. 입술 깨문다.


78. 집 마당 (밤)

걱정돼 서성이는 옥진.
대문 열리고. 현수 들어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서.
옥진 : 늦으셨네요... 많이 걱정했어요. 어떻게...(하는데)
현수 : (냉랭하게 꼬듯) 왜요?
옥진 : (벙해) ...네?!
현수, 자기 괴로움에 되려 더 싸늘하고 냉랭하게 비웃듯 쳐다보고 지나쳐가 버리고.
옥진, 의아하고 무안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마루에서 쏘아보고 있는 강노인과 눈이 마주친다.


80. 마루, 주방 (밤)

옥진, 밀린 설거지 언짢은 얼굴로 거칠게 하고 있는데.
강노인 : 꼬숩다. 아주 깨소금 맛이다.
옥진 : (쳐다본다)
강노인 : 그래 뒷구멍으로 만나고 다니이께네 끝에 꼬라지도 그 모양 그 꼴 아이가?
옥진 : (굳는) ... (모멸스럽고)
강노인 : 말 쫌 한 번 들어나보자? 박사가 화물트럭 운전수보다 낫기는 낫드나?
옥진 : ...! (입술 깨물고)
강노인 : 얼매나 좋드나?
옥진 : 아버님!
강노인 : 새 시상이 열리는 느낌이 드나?
옥진 : (못 참겠다) 그래요. 아무려면 화물트럭 운전수가 박사에 되기나 되요?
강노인 : 노려보는)
옥진 : 예에, 좋대요. 내가 왜 진작에 그런 남자,(하는데)
강노인 : (확 치려다 말고)
옥진 : (찍끔한 채 쏘아보면)
강노인 : (노한) 이래될꺼를, 니 와 엄한 내 아들 잡아묵었나?!!
옥진 : ? (쏘아보면)
강노인 : 느그들 결혼하모. 집안에 누가 죽을수라 그카길래 내가 그래 말렸는데요, 그놈아가 그캐 우기드이만.
옥진 : (글썽해 본다)...!!
강노인 : (메어) 그게 나였다면...! 아니 말릴꺼를!! 말렸으모 금쪽 같은 내 아!... 그캐 억울하게 보내삐지도 않았을낀데....!
하루에도 골백번을... 내가 그 생각이 날 때마다. (느낌) 내 아 잡아묵은 며느리...! 니 얼굴 맞대기도 싫은 날에도 하루 온! 종일! 집에서 가게에서 니하고 붙어 있어야캤던 게 울메나 힘이 들고 기가 막혔었나. 니 아나 모르나?! 짐작이나 가나 말이다!!
옥진 : ...(매어) 그렇게 제가 싫으셨으면...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럼 싫은 얼굴 안 보구 좋았잖아요...
강노인 : 그래! 그캤어야했는데... 인지라도 늦지 않았다!! (나가고)
옥진 : (메어 보다. 손에 얼굴 묻고 운다)...


81. 약수터 벤치 (밤)

가방 옆에 놓고 까만 어둠 속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김씨.
후... 깊은 한숨을 내쉬는데.
후레쉬 불빛이 얼굴 환하게 비추고.
눈 가렸다... 보면 강노인.
다가와 옆에 앉는다. 김씨. 외면한다.
강노인 : 꽁꽁 잘도 숨었다!
김씨 : ...
강노인 : 속이 시원하나?
김씨 : ...
강노인 : ...
김씨 : 니도 집 나왔나?
강노인 : 쫓으면 쫓았재. 내가 와.
잠시 침묵 흐르고.
강노인 : 우리 아, 원래 그래 모지락스러운 아는 아니었다.
김씨 : ...
강노인 : 새벽장에 가가 지 딴에는 아껴본다꼬 물건 값을 깍다가 첫 손님이 그칸다고 딱이세우는 여편네 앞에서 펑펑 눈물 쏟던... 그런 아였다.
김씨 : (본다)...
강노인 : 즈그 남편 앞 세우고. 돈은 없재. 간난쟁이는 빽빽 울어쌌재. 주책 맞은 시아버지는 죽겠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죽지도 않고 앓아누웠재...
김씨 : ...
강노인 : 내를 잡고 펑펑 울며 그카드라. 아버님. 우리 살아요. 나 살래요. 다시는 돈 없어가 소림이 굶기지도 않을 꺼고 다시는 돈 없어가 아버님 아파도 병원에도 몬 가고... 그캐 안 살래요...
김씨 : (글썽해... 소매자락으로 눈시울 닦는다)
강노인 : 그런 아 두고 내 죽을 수가 없드라. 그래, 가도 변하고... 내도 변하고...
김씨 : ...
강노인 : ...
김씨 : 우리 사위도 사람 참 좋다.
강노인 : (본다)
김씨 : 딸아 가고... 그래 죽을 거 같드이만... 그캐도 살아진 거... 사위가 옆에 있어 아니었나. 내 마음 상처 난 데 약 발라주고, 호호 불어주고... 그래 살다 갈줄만 알았재. 가가 내 숨구멍이고... 기둥이고... 그캤었는데.... (눈물 나는)... 내가 뭣에 씌어가 무덤까지 갖고 간다캤던 말까지 다 뱉어삐고, 그 여린거 가슴에 또 못을 박았는가 모리겠네...
강노인 : ...(같은 심정)...
또 잠시 침묵...
강노인 : ...우리 ...가들... 살게 할까?
김씨 : (대답 못 한다) ...
강노인 : 와, 겁나나.
김씨 : (흘기고) 넘 말하고 자빠졌네.
강노이 : (웃고) 니 말 참 예쁘게 한다.
김씨 : ...
강노인 : ...살아보이. 인생 참 살았다할 거 없이 후딱 가버리드라.
김씨 : ...
강노인 : 짧은 인생. 좋아하는 사람하고 알콩달콩, 밉네 곱네 그카믄서, 손 잡아주고 안아주고. 그러다 죽어도 줄을할 땐 또 억울한기 인생인데...
김씨 : ...
강노인 : 이름만 사위. 며느리재... 그 세월 다 부대끼다보이. 어느새 정들어 우리 새끼들 같은 가들 아이가...
김씨 : (쿨쩍)...
강노인 : 죽은 아들은... 우리 가슴에만 묻어두고... 우리... 가들 고마 살게 하자. 어이?
김씨 : (쿨쩍쿨쩍)... (소매자락으로 연신 눈물 닦아내고)
강노인 : ...(역시 메이는 마음)...
말없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두 노인네.


83. 구청안 (낮)

긴의자에 나란히 앉아 오징어며 과자 따위 우적대는 김씨, 강노인.
서류 작성대 혼인신고서 작성중인 현수, 옥진.
현수, 자기 이름이랑 한자 써놓고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옥진에게 건네면,
옥진, 수줍게 받아들고 쓰기 시작하는데.
못쓰는 글씨에 삐져나가기까지.
현수 : 글짜를 칸 안에다 쓰지. 삐져 나오잖아요.
다시 쓰는데, 틀리게 썼다.
아무렇게나 찍찍 긋고 옆에다 쓰면 찡그리는 현수, 새로 종이 준다.
옥진 : 줄 근 데 확인 도장 받으면 괜찮아요.
현수 : (찡그린다) 새로 써요.
옥진 : 괜찮다니까요. (하는데 또 틀리고. 또 찍찍 그면)
현수 : 혼인신고서가 무슨 낙서장이에요?
옥진 : 별 것두 아닌 거 가지구 왜 화는 내요?
현수 : 다시 써요. (준다)
옥진 : (밀쳐내며) 싫어요.
현수 : 다시 쓰라니까요?
옥진 : 싫대니까요?
현수 : 고집 부릴 걸 좀 부려요!
옥진 : 현수씨야말로 왜 똥고집이에요?
현수 : 또...!...(눈치 살피고) 말 좀 가려할 수 없어요?
옥진 : 난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한 걸 어떡해요? (또 쓰는)
현수 : (치민다) 그럼 앞으로 바꿔요!
우물대며 보던 강노인, 김씨. 어라?
강노인 : 쟤들이...? (일어나는)
김씨 : (잡아 앉히고 웃는) 이제부터 시작 아이가?
강노인 : 뭐가?
김씨 : 진짜 식구가 되는 거 말이다.
현수와 옥진. 계속 실갱이하고, 그런 모습 웃으며 지켜보는 김, 강.


84. 짧은 에필로그

새로 이사한 좀 큰 집.
작업복 차림으로 방문들을 새로 페인트칠 하는 중인 현수네와 옥진네.
내가 잘하네 니가 못하네, 그게 더 낫네 아니네, 시끄럽게 칠하지만 이제는 진짜 가족이 된 것 같은 분위기다.
 
 
 
낱말연습, 한문장연습, 여러문장연습이 뭔가요?
시작위치가 뭔가요? 어떻게 설정되는 건가요?
제가 연습하고 싶은 글을 등록해서 연습할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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