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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webadmin (관리자) 스크랩수 1817
등록일 2004/01/01 10:10:40    
1. 가로수 길



벚꽃 만개한 길을 달리는 병선의 자동차.
운전하는 병선, 조수석의 여진 보며 그저 싱글벙글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여진의 머리칼 쓸어주는 병선.


2. 호텔 전경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호텔.


3. 호텔방

침대 이불 밑으로 나란히 나와있는 발 4개.
꼼지락거리는 남자 발가락, 가려운 듯 오른 발로 왼발 엄지발가락 사이를 벅벅 긁는다.
슬며시 남자 발가락을 더듬는 여자 발가락.
그 위로
여진 : 한번 더 해.
카메라 침대 위를 쭉 따라가면 병선, 웬일이냐는듯 여진 돌아보고 있다.
여진, 묘하게 웃으며 팔꿈치로 병선 툭 친다.
병선, 그 자극에 흥분된 듯 씩 웃는다.
동시에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4. 불임클리닉 앞 대기실

적당히 수심에 잠긴 여자들 서너명 앉아있는 대기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파마머리 하나로 묶은 수정, 한쪽에 앉아있다.
간호사 : (나와서) 윤수정님. 들어오세요.
수정 : 네. (일어나 들어간다)


5. 호텔방

하체에 타월 두른 병선, 욕실에서 나오며 병선 배가 좀 나온 거 같애. 운동 좀 해야겠어.
침대에 늘씬한 다리 올려놓고 스타킹 신던
여진 : (얼른 자기 배 만지며 호들갑) 어머머, 어떡해?
병선 : 자기 말구 나. (여진 쭉 훑어보는) 당신 군살 찾을려면, (허리 안는) 어딨나... 삼만리 헤매얄걸?
여진 : (돌아서며) 당신 와이픈 어떤데?
병선 : 두리뭉실하지, 뭐.
여진 : 살 많이 쪘어?
병선 : (의자에 앉아 양말 신으며) 많인 아니구...
여진 : 이뻐?
병선 : (보는) 웬일이야? 그런걸 다 궁금해하구.
여진 : 이쁘니까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는 거 아냐?


6. 진찰실

의사 앞에 앉아있는 수정.
의사 : 나팔관 검사 받았어요?
수정 : 네.
의사 : (컴퓨터 보며) 그럼... 일주일 후로 예약 잡을테니까 그때 바깥 분 검사 결과도 보고, 결과에 따라서 가능한 임신 방법에 대해서도 얘길 합시다.
수정 : 네... (무겁게 일어난다)


7. 호텔 엘리베이터 안

나란히 서 있는 병선과 여진. 서로 만족스런 미소를 교환한다.
병선 : (슬며시 여진 손잡는) 저녁 먹구 가자. 뭐 먹고 싶어?
여진 : 선약이 돼 있네요.
병선 : 약속? 지금이 몇 신데?
여진 : 몇시가 무슨 상관? 토요일에두 칼 같이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누군데!
병선 : 당신이 속을 안 주니까 그렇지.
여진 : ? (쳐다보는)
병선 : 집에두 한번 안 데려가구.
여진 : 당신은 나, 당신 집에 데려갔어?
병선 : (벙!)


8. 차 안

병선 : 불쌍해서 살아주는 거야. 그래두 나랑 일년 연애하다 결혼했는데...
여진 : 좋았으니까 연해하고 결혼했겠지.
병선 : 아니라니까? 홀어머니에 학벌 딸려, 인물 딸려... 어디서 나만한 남잘 만나? 매달리는게 불쌍해서 엮인거라니까. 그여자, 나 아님 암것두 못할 위인인데다가 어차피 집안 살림해줄 사람두 필요하구... (자동키로 차문 열고)
병선, 얼른 옆 좌석 문 열어주면 여진, 익숙하게 탄다.


9. 차 안

운전석에 탄 병선, 여진의 안전띠 매주며
병선 : 그렇다구 여진이가 내 사람 되주는 것두 아니구 (막 출발하는데)
여진 : (뭔가 생각하다가 툭 던져보는) 돼 준다면 어떡할래요?
병선, 뜻밖의 소리에 브레이크 밟으며 여진 돌아본다.
병선 : 그게 무슨 소리야?
여진 : (건성으로) 당신 사람 돼주면, 나하구 결혼이래두 할래요?


10. 병선집 전경(밤)

아담한 단독주택가에 자리잡은 병선집.


11. 거실 (밤)

깨끗하게 정돈된 거실 곳곳에 종이로 정교하게 접은 인형, 꽃 화분 등 놓여있고 벽에도 종이로 접은 액자 걸려있다.


12. 주방(밤)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병선, 잘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서 신문 뒤적이고 있고
수정, 보글보글 끓고있는 추어탕 뚝배기 갖다놓고 앉는다.
수정 : (생기없고 담담한) 들어요.
병선 : (신문 옆 의자에 놓고 뚝배기보며) 추어탕이네.
수정 : 당신 요새 계속 기운 없다 그랬잖아.
병선 : (타박하는) 그게 못 먹어서 기운 없는 거니? 추어탕 먹어서 애 생긴다면 백날이라도 먹겠다.
수정 : 다음주에 검사 결과 나오니까...
병선 : (먹으며) 마누라 부실한 탓에 별 검살 다 받아보구, 사내자식이 말야!
수정 : (보다가 참고 밥 먹으며) 오후 내내 전화했는데 가게에 없대 당신.
병선 : 남자 일하는데 쓸데없이 전화질하지 말랬잖아.
수정 : 병원 갔다가 수산시장 들러 횟감 좀 살까해서... 회는 싱싱하지 않으면 못먹잖아. 근데 가게 그렇게 오래 비워도 돼요?
병선 : (되려 큰소리) 어디서 여자가가 남자 일에 참견이야? 집안 일이나 제대로 해. 바깥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수정 : (말없이 밥만 먹고)
병선 : 물 줘!


13. 자동차 영업소 (다른 날)

가방 들고 들어오는 여진.
차 구경하던 고객, 늘씬한 여진 다리 힐끔거린다.
여진, 그런 시선에 익숙한 듯 가볍게 미소까지 건네고 사무실로 간다.


14. 영업소 사무실

여진, 동료들과 눈인사 나누며 자기 책상에 앉는다.
여진,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다가 전화 건다.
여진 : (대뜸) 제 목소리 아시죠?... 아직두 자리에 없어요?... (안 믿는) 오늘두 출근 안했단 말예요?... (약오른) 그럼요, 메모 좀 남겨주세요. 오늘 저녁 6시까지 저한테 연락 안하면 제가 청첩장 보낸다구요! 아셨...
여진, 저쪽에서 전화가 끊어진 듯 기막히고 화난 얼굴로 수화기 내려다본다.
열 받은 얼굴로 수화기 거칠게 내려놓은 여진.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우편물 본다. 뒤적여보면 몇장의 카드 대금 청구서들... 대부분 독촉장이다.
여진, 짜증스럽게 우편물 한쪽으로 확 밀어버리는데
소장 : (다가오며) 정여진씨!
여진 : (표정 수습하며 일어선다. 기죽는) 네.
소장 : (비꼬는) 세월 좋습니다? 회사 전화로 개인 용무에 바쁘시구만.
여진 : (전화 한통 썼다고... 입술 깨물고)
소장 : (들고있던 서류 펄럭이며) 정여진씨는 차를 팔러 나오는 겁니까, 놀러 나오는 겁니까! 이번달 차 몇대 팔았어요? 팔기는 팔았어요? 다음주에 감원대상 통보있다는 거 알아요, 몰라요! 한 일년 잘 팔더니 대체 요새 왜 그래요?
여진 : (고개만 푹 숙이고 있고) ...
소장 : (일침 놓는) 차, 발로 파는 겁니다. 몸으로 파는건 줄 알았어요?
여진, 고개 확 들면 소장 돌아서 가고 있다.
여진을 힐끔거리는 동료들 시선.
여진, 모욕감 감추며 벌떡 일어나 가방 들고 나간다.


15. 병선가게 전경

4, 5층 건물 1층에 자리한 제법 큰 규모의 속옷 전문점.
야하고 화려한 여성 속옷들이 입혀진 마네킹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쇼윈도 통해서 브레지어 들어 살피면서 통화하고 있는 병선 보인다.


16. 가게 안

넓고 깨끗한 매장.
종업원 서너명, 한쪽에서 물건들 정리하며 병선 힐끔거리고
병선 : 아직 한가한 시간이잖아. 그리구, 자기하구 전화하는데 손님이 문젠가?
여진 : 그럼 나와요.
병선 : (밝아지는) 지금?
여진 : 왜, 싫어?
병선 : 아니이? 어디... 알았어. 오케이! (전화 끊고)
미스김 : (병선 쳐다보면)
병선 : (싱글벙글) 나 좀 나갔다 올께!
병선, 뛰어나가면서 들고있던 브레지어 휙 던지면 뒤에 있던 미스김 얼굴에 맞는다.
미스김 : (얼결에 브레지어 잡으며) 아주 푸욱 빠지셨군.


17. 호텔 수영장

물 속에서 푸! 하고 솟아 나오는 병선과 여진.
병선, 늘씬한 여진에게 가 꽂히는 주위 남자들의 시선에 으쓱한다.
벤치에 앉는 둘.
여진 : (타월로 물 닦으며) 생각해 봤어요?
병선 : 응? (무슨 소린가?)
여진 : 농담으로 받았나봐, 당신?
병선 : !
여진 : 이혼! 할 수 있어요? 할 자신 있냐구?
병선 : 그 말, 정말이었어?
여진 : 그럴 줄 알았어.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가고)
병선 : (보다가 얼른 일어나 쫓아간다)


18. 호텔 복도

병선과 여진, 음료수 잔 앞에 놓고 앉아있다.
여진 : 아니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요. 어차피 임자 있는 남잔 거 알고 시작했으니까 이제 와서 책임져라, 마라, 하는 말은 아니니까.
병선 : (크게 두 손 내젓는) 아니야. 여진이 맘만 확실하면 하지, 왜 못해?
여진 : (정색) 나, 진심이예요. (진지한 눈빛으로 보고)
병선 : 해. 할게. 이혼 한다구! 하자, 그래!


19. 제과점

오후 5시를 가리키는 벽시계.
영미, 손님에게서 돈 받고 나가는 손님 뒤에다
영미 :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 보면)
수정, 영미 아들 성진(4세) 무릎에 안고 있다.
성진, 종이로 접은 아기인형과 역시 종이로 접은 작은 곰인형 신나서 보고 있다.
영미 : (앞에 앉으며) 이 시간에 웬일이니?
수정 : 오늘 늦는다구, 저녁에 약속 있다길래 신나서 언니 만나러 왔지.
영미 : 뭐, 빵 좀 줄까?
수정 : (성진에게) 성진아, 니네 엄만 아줌마를 빵순이로 아나부다. 맨날 빵만 줄려그러구, 그치?
성진 : 아줌마 빵순이 아냐.
영미 : 그럼?
성진 : 요술딱지 아줌마. 맨날 뭐 만들어 주니까.
수정 : (성진 꼭 끌어안는) 아이그 이뻐라. 그래, 요술딱지 아줌마 좋아?
성진 : (끄덕끄덕)
수정 : (성진 볼에 쪽)
영미 : 너두 참 유난이야. 그렇게 애 이뻐하니까 너한텐 잘 안 들어서는 거야.
수정 : 그런가? 그래두 이쁜걸 어떡해? (성진 꼭 껴안고 흔드는데)
영미 : 직장에서 그렇게 활동적이던 애가 어떻게 맨날 종이 쪼가리 접으면서 죽어지내니?
수정 : 처음엔 심심해서 시작했는데, 이거 정말 시간 잘가, 언니.
학원 가방 맨 혜진, 들어오다가 수정 보고는
혜진 : 아줌마!- (한걸음에 달려오고)
수정 : 혜진아! (다가온 혜진 손 잡고)
혜진 : 나두. (수정 옆에 붙어 앉고)
영미 : 니가 엄마 해라.
수정 : (웃으며) 대길씬 1학년 맡았다면서 오늘은 좀 늦네?
대길, 들어온다. 수정보고 반색하는
대길 : 어? 수정씨가 이 시간에
수정 : (웃는) 오늘은 다섯시 대기조에서 해방이거든요.
영미 : 삼촌 마침 잘 왔네요. (수정에게) 같이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20. 갈비집(저녁)

지글지글 고기 구워지는 불판.
영미, 대길, 수정, 아이들,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다.
수정, 고기 집어서 성진 입에 넣어주고 대길, 잘 익은 고기를 수정 앞에 놓아준다.
영미 : 삼촌이 저녁마다 안 도와줬음 이 장사도 벌써 말아먹었지. 삼촌 때문에 먼저 간 그사람 욕도 못한다니까?
수정 : 언니 도와주는 건 좋은데 그러다 대길씨 결혼은 언제 할래요?
대길 : (말 돌리며 수정 안색 살피는) 근데 수정씨 어디 아퍼요? 얼굴이 좀 안돼 보여요.
수정 : ...봄 타서 그런가...
대길 : ...병선인 요즘 좀 어때요?
수정 : (씁쓸히 웃으며) 좀 수상해요.
영미 : 넌 웃음이 나오니? (대길에게) 그게다 삼촌 때문이야
대길 : (어두워지고)
수정 : 그게 왜 대길씨 때문이야? 아이가 없어서 그래... 부부는 아이가 끈이라면서.
영미 : 끈 없다고 다 니 남편처럼 이 여자 저 여자 휘젓고 다니니?
수정 : 그래두 연애할 땐 나한테 참 잘했어, 그사람. 그때 생각해서 봐주는 거야, 애 생길때까지.
영미 : (속상한) 아유 역성들지 마. 땅부자 아버지 덕에 속편하게 장사하면서 돈 좀 번다고 병선씨나 그 부모나 너 홀대하는 거 보면 속에서 천불나니까.
수정 : (갑자기 인상 찡그리고)
영미 : 왜 그래?
수정 : (가슴 쓸어 내리며) 글세, 속이 좀 안 좋나. 메슥거리네.


21. 여진 집 주방(밤)

세련된 주방.
병선과 여진, 식탁에 마주앉아 식사하고 있다.
불 밝힌 촛대. 둘 앞에 놓인 스테이크 접시. 거기에 어울리는 와인잔.
병선, 그저 좋아서 싱글벙글이고
여진 : (와인잔 들며) 자.
병선 : (와인잔 들며) 뭐라구 건밸할까? 여진이 집에 발 들인 감격?
여진 : 그거 갖구 되겠어요?
병선 : 그럼?
여진 : (의미 있는 눈빛으로) 우리 둘의 미래를 위해!
병선 : 미래?... 좋아! 미래를 위해!
건배하는 둘.
병선, 와인 마시고 내려놓으며
병선 : 여진이 집에두 와 보구.
여진 : 좋아요?
병선 : 꿈인가 싶은데?
여진 : 식사 후엔...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하죠.
병선 : 어디?... (침실쪽 쳐다보며 으흐흐 웃는데)


22. 여진 침실(밤)

침대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옷가지들.
병선과 여진, 한차례 정사를 끝낸 듯 여진, 병선 팔 베고 누워있다.
여진 : 좋다...
병선 : 뭐가.
여진 : 당신이랑... 내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당신이 꼭 내 남편 같구.
병선 : 나른한게 졸립다, 난.
여진 : 자, 그럼.
병선 : 자?
여진 (올려다보는) 설마 내 집 침대에서 일어나 집에 가서 자겠다는 건 아니지?
병선 : (그럴려고 했는데) ...
여진 : (병선 어루만지며) 얘기이, 언제 할거야?
병선 : 해야지.
여진 : (잠긴) 솔직히 할 자신 없음, 지금 얘기해요. 용기 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니다 싶으면 빨리 돌아서야지.
병선 : (벌떡 일어나 앉는) 무슨 소리야, 그게? 날 못 믿겠다 이거야?
여진 : (돌아눕는) 이제 당신 없음 못 살거 같긴 한데... (울먹) 설마 죽기야 하겠어? 어떻게든 목숨 부지하구 살기야 살겠지.
병선 : 왜 그래? 안가, 안가. 나 오늘 여기서 잘 거야. (뒤에서 안고)


23. 거리(밤)

성진 업은 대길과 혜진
앞서 걷고 수정과 영미, 이만치 떨어져 따라 걷고 있다.
수정 : 대길씬 누구하고 결혼해도 자상한 남편 될 거야. 그 복 많은 여자, 누굴까?
영미 : 얘 좀 봐?
수정 : 왜, 언니?
영미 : 우리 삼촌, 누구 땜에 여직 저러구 혼잔데, 너 그거 몰라서 하는 소리야?
수정 : (정말 모르는) 뭐가?
영미 : 얘 좀 봐, 정말? 니가 우리 삼촌 딱지 놨잖아!
수정 : (멈춰서는) 내가? 내가, 언제?
영미 : 너, 나 회사 관두고 결혼했을 때 우리 집에서 삼촌 처음 봤지?
수정 : 언니네 집들이 갔을 때, 대길씨가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서 막 왔다갔다 하는데 난 언니가 남자 요리사 부른줄 알았어.
영미 : 그때, 우리 삼촌이 만든 해파리 냉채를 니가 제일 맛있게 먹드랜다.
수정 : (웃음 나는) 엄청 먹었어, 그날...
영미 : 그날부터 너 좋아했었대드라.
수정 : !


24. 공원(밤)

수정과 영미, 벤치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저만치 성진과 혜진이 탄 그네 번갈아 밀어주고 있는 대길 보인다.
대길, 한번씩 걱정스런 시선을 수정에게 던진다.
영미 : 자기 땜에 알게된 병선씨가 너한테 관심 보이니까, 이 소심한 삼촌이 혼자 끙끙 앓다가 병선씨한테 속을 털어놨대.
수정 : (처음 듣는 얘기고)
영미 : 니 남편이 그러더랜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각각 만나자구 하자구, 너한테 말야.
수정 : (기억 더듬는데)
영미 : 지난번에 하드라, 이 얘기두. 내가 하두 선두 안본다구 닥달했더니.


25. 수정 회사 사무실(수정 회상)

전화 받고 있는 수정.
수정 : 아, 병선씨?... 네, 대길씨한테 전화왔었어요... 네?
병선 : 대길이가요, 이왕이면 같이 보자구 저한테 전활했거든요.
수정 : (아무 생각 없이) 그래요?
병선 : 제가 수정씨 회사 근처에 들를 일이 있으니까, 이따 한시에 회사 앞으로 갈께요.
수정 : 예, 그럼 그래요. 네... (끊고)


26. 윤중로(회상)

벚꽃 만개한 윤중로 걷고 있는 수정과 병선.
수정 : (시계 보며) 대길씨 왜 여태 안 오죠? 여기서 만나기로 한거 맞아요?
병선 : (웃는) 대길이 안와요.
수정 : 네?
병선 : 교사 연수 있는 걸 깜빡했다고, 못 온다고 아까 전화 왔었어요.
수정 : (벙해서 보면)
병선 : 대길이 안나온다 그러면 수정씨가 그냥 가버릴까봐 말 안했어요.
수정 : (약간 당황하면)
병선 : (괜히 다른데 둘러보며) 수정씨랑 둘이 걸으니까... 좋다!


27. 영화관 앞(밤, 회상)

영화표 두장 든 대길,
초조하게 수정 기다리고 서있다.


28. 유람선(밤, 회상)

약간 어색하게 뱃전에 서있는 수정과 싱글벙글 웃고있는 병선.
병선 : 이거... 사실은요, 대길이가 마련해준 자리예요. 수정씨한테 고백하라구요.
수정 : 네?
병선 : 저요, 수정씨 정식으로 만나고 싶어요. 아니, 결혼하고 싶어요, 수정씨하구.
수정 : (난처한) 잠깐만요...
병선 : 평생 고생 안시킬 자신있어요. 누구 보다 행복하게 해줄께요.


29. 회상 몽타쥬

수정 회사 앞.
수정, 회사에서 나오다가 보면 기다리고 있다가 벌쭉 웃으며 다가오는 병선.
수정, 외면하고 가고.
수정집 앞 새벽. 수정 나오면 얼른 차문 여는 병선. 수정, 어이없다는 표정이다가 픽 웃고.
공원. 많이 가까워진 모습으로 걷는 수정과 병선. 수정, 자리에 앉으려면 얼른 웃옷 벗어 깔아주는 병선.


30. 병선집 작은방(밤)

수정, 스탠드 불빛 아래서 종이접기 하고 있다.
하다가 시계 보면, 새벽 두시.
영미 : 그날 니 선택에 대해서는 서로 깨끗하게 두 말 하지 말기로 했대나...
수정 : (생각할수록 황당하고)


31. 여진 침실(밤)

서로 끌어안고 곤히 잠들어있는 병선과 여진.
병선, 무슨 흐뭇한 꿈을 꾸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32. 수정집 주방(아침)

수정, 혼자서 아침 먹고 있다.
주방에서 내다보이는 거실로 옷 갈아입고 나오는 병선 보인다.
수정 : (큰 소리) 이번엔 누구야?
병선, 다가와 보면 수정, 볼이 미어져라 우물거리고 있다.
병선, 수정 먹는 입매 밉살스럽게 보는데
수정 : (속상함 감춘) 설마 또 가게 아가씨는 아니겠지? 멀쩡한 처년 건드리지 마. 당신 그럼 정말 나쁜 놈이야.
병선 : 가게 애들 아냐.
수정 : (먹다 말고) 그럼? (정말이네!)
병선 : (단호한) 나, 당신하고 이혼해야겠어.
수정 : (눈 둥그래지는데)


33. 병선 집 앞

현관에서 나와 차 쪽으로 걸어가는 병선.
몇 걸음 뒤에서 달려오는
수정 : 당신 미쳤구나? 외박하구 들어와선 이혼? 미쳤어, 정말!
병선 : (돌아서서) 그냥 하는 말 아냐. 위자료, 충분히! 양심껏 줄 생각이니까 너, 며칠동안 마음 정리나 해.
수정 : 뭐요?
그대로 돌아서 차에 오르는 병선. 급하게 출발하는 차.
멀어져 가는 차 바라보고 섰던 수정, 홀린듯한 표정으로 막 돌아서다가 욱! 헛구역질한다.


34. 영미 빵 가게

수정, 영미와 마주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수정 : 정말이야, 언니이. 속두 메슥거리구, 자꾸 졸립구 춥구...
영미 : (미심쩍은) 달거리 언제 했는데?
수정 : 벌써 일주일 지났어.
영미 : 그럼 아직 입덧할 때 아닌데...
수정 : (스스로에게 확신 주듯) 임신일거야. 임신, 맞는 거 같애.
영미 : 소변검사 해봤어?
수정 : 아니... 어차피 내일 병원가는 날이거든.
영미 : 얜? 소변검사 해보면 바로 나오는데 뭐하러 내일까지 기다려?
수정 : ...겁나서 못했어. 아니면 어떡해?
영미 : (뭔가 이상한) 너 무슨 일 있니?
수정 : 일은... (하면서도 허탈하게 웃고)
영미 : ...니 남편... 또 시작했구나? 또 바람났지!
수정 : ...
영미 : 답답해 죽겠네. 대체 무슨 일이야?
수정 : (기막힌 듯) 이혼하재.
영미 : (경악) 뭐?


35. 공원

커피잔 들고 벤치로 오는 병선과 여진.
여진 : 정말 얘기했어? 이혼하자 그랬어?
병선 : (호기부리는) 했지, 그럼!
여진 : 뭐래?
병선 : 펄쩍 뛰지, 뭐.
여진 : ...그래서, 자기 자신 없어?
병선 : 무슨 소리야? 날 뭘로 보고 이래?
여진 : 말만 꺼냈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아.
병선 : 걱정마. 놀란 가슴 달래면서 한 며칠 마음정리하라 그랬으니까.
여진 : (실망스러운 듯)...펄쩍 뛴다면서? (자극하는) 당신 은근히 우유부단하구나...
병선 : 뭐? 누가 우유부단해!
여진 : 난 또 당신 믿고 회살 그만둬도 되나, 했드니...
병선 : 회사?
여진 : (짐짓) 자기 속상할까봐 말 안했었는데... 추근대는 인간이 한둘이라야지.
병선 : (열받는) 어떤 자식들이야? 왜 진작 얘기 안 했어? 당장 그만둬!
여진 : 맘 정리가 며칠 갖고 돼? 며칠이 몇달 될텐데 당신 말만 믿고 어떻게 관둬? 나두 생활을 해야는데.
병선 : 야, 여진이 너 날 그렇게 못 믿냐? 난, 한다면 하는 놈이야!


36. 거실(밤)

약간 굳은 얼굴로 들어서는 병선.
수정,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병선 : (대뜸) 얘기 좀 하자. (잔뜩 무게 잡고 소파에 앉는다)앉아!
수정 : (말없이 소파로 가 앉는다)
병선 : 생각해 봤어?
수정 : (기막힌) 당신, 진심이었어?


37. 침실(밤)

수정, 화나서 들어오고 병선, 곧바로 따라 들어오며
병선 : 글세 이 여잔 달라. 정말 사랑한다구!
수정 : (홱 돌며) 사랑?
병선 : 하루라도 안 보면 목이 다 갈라지는 거 같애.
수정 : 당신, 새벽마다 우리집 와서 물 달라 그러면서, 그때두 목이 탄다 그랬어.
병선 : 기억두 안 나는 얘기 갖다 붙이지 마.
수정 : 기억이 안 나요?
병선 : 야, 남자가 여자 꼬시면서 못할 말이 세상에 있냐? 없어!
수정 : (가늘게 턱이 떨리고)
병선 : 길게 입씨름할 거 없어. 이혼, 내가 하고 싶어. 아니, 해야겠다구!
수정 : 당신만 하고 싶으면, 이혼이든 뭐든 다 해야 되는 거야?
병선 : 자고로 여잘 선택하는 것도, 내치는 것도, 다 남자가 알아서 하는 거야. 어디 여자가 먼저 나서는 결혼, 이혼, 봤니?
수정 : (낮게) ...나두 당신 좋아서 살았던 거 아냐.
병선 : 알어, 알어! 니가 나 좋았음 그렇게 푸욱 퍼져서 살겠니?
수정 : 뭐요?
병선 : 여자한테 여자 냄새가 나야지, 이건...
수정 : (굳어지는) 당신, 정말 이 정도였어?
병선 : 그러니까 위자료는 알아서 준다잖아! 돈 한푼 안 주고 내치는 남자들 많다, 너? 난 그래도 나 아님 니가 당장 뭘 해서 벌어먹을까...
수정 : (못 듣겠다) 그만해!
병선 : (한술 더뜨는) 그리구 나, 그때 니가 좋아서 그런거 아냐. 넌 남자들 심리도 모르냐? 남이 눈독들이면, 뺏고 싶은 거, 그게 남자야!
수정 : (충격받는) ...지금 대길씨 얘기하는 거야?
병선 : (차갑게) 대길이 자식이 너한테 목매지 않았으면 너 거들떠도 안봤어.
수정 : (굳어져서 병선 똑바로 노려본다)
병선 : 시간끌어 봤자 소용없어. 낼 당장 서류 갖구와. (나간다)
수정 : (자기도 모르게 배에 손이 간다. 모멸감 참고)


38. 병원 앞(다음 날)

택시에서 내리는 수정,
심호흡하고 병원으로 들어간다. -시간 경과-
힘없이 나오는 수정, 다리가 후둘거리는 듯 벤치로 가 앉는다.
참으려고 애써도 자꾸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수정, 눈물 참으며 황당한 웃음 웃는다.


39. 영미 빵 가게

허탈하게 앉아있는 수정.
빵 가득 담긴 접시 들고 온 영미, 놓고 앉는다.
수정, 말없이 빵 하나 집어서 꾸역꾸역 먹는다.
영미,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
수정 : (먹으며) 상상 임신이래.
영미 : (얕게 한숨 내쉬는)
수정 : (메인) 근데 뭐 그렇게 똑같냐? 헛구역질에 메슥거리고...
영미 : ...그건, 니들 부부 검사 결관... 뭐래디?
수정 : (콜라잔 들어 꿀꺽꿀꺽 마시고)
영미 : (기다리고)
수정 : 사는 게... 생각하군 참 다르다, 언니. 결혼두 그렇구 아이두 그렇구...
영미 : 뭐래는데, 뭐래? 니가 불임이래?
성진 : (문열고 쪼르르 들어오며) 아줌마!
영미 : 너, 혼자 밖에 나가지 말랬지!
수정, 아무 말 없이 성진을 무릎에 앉히고 꼭 껴안는다.
수정 : 이렇게 성진이 같은... 혜진이 같은...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영미, 수정을 안쓰럽게 본다.
수정, 어딘가 다른 날과 달라 보인다.


40. 병선 가게

병선, 미스김과 마네킹 흉상 앞에 놓고 신제품 이것저것 대보고 있다.
미스김 : (흐린 하늘색 브레지어 대보며) 이게 어때요, 사장님? 시원해 보이는데.
병선 : (갸웃) 아예 까만게 낫지 않을까? 요즘은 야한 게 소비자 시선을 더 끈다구.(까만색 망사 브레지어 집어들며) 이봐. 죽이잖아?
경쾌하게 문 열고 들어오는 여진.
무심코 돌아보던
병선 : (의외) 어?
여진 : 왜, 못 올 데 왔어요? (가게 규모 휘 둘러보고)
미스김, 슬며시 저 쪽으로 물러가서 종업원들끼리 수근대고
여진 : (다가와 병선 앞에 놓인 신제품들 뒤적이며) 뭐야, 이거? 물건 사러 온 손님 아니라구 막 푸대접이네.
병선 : 무슨 섭섭한 말씀. 하두 뜻밖이라 그렇지. (종업원들 쳐다보면)
종업원들 : (겨우) 안녕하세요.
여진 : (까만색 나이트 웨어 집어들며) 이쁘다? (핸드백 놓고 몸에 대본다) 어때요?
병선 : 꼭 자기 위해서 만든 거 같애. 맘에 들면 갖구 가서 입어, 응?
여진 : (눈웃음 짓는) 당신한테 보여주고 싶다.
병선 : 으? 나한테? (히히 소리 없이 웃고)
쇼윈도 밖에서 속옷 대주고 히히덕거리는 병선과 여진 보고 서있는 수정 보인다.
기막힌 듯 보던 수정, 어느새 담담해진 표정으로 돌아선다.


41. 도로 + 병선 차 안(저녁)

운전하고 있는 병선. 조수석의 여진.
여진 : 우리 집에 갈 거지?
병선 : 집?... (하다가) 오늘은 안되는데...
여진 : (유혹하는) 안되는 게 어딨어? 당신 맘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우리 집인데.
병선 : 그게 아니구 당신 말야, 나 못믿고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두고봐. 오늘 가서 끝장을 볼테니까...
여진 : (반색) 정말?
병선 : (지겹다는 듯) 질질 짜면서 매달릴게 뻔해서 좀 심란하긴 하지만,
여진 : 매달리면?
병선 : 그래봤자 다 소용없어. 사내가 한번 결심을 했는데.
여진 : (만족한 웃음 짓고)
병선 : 그러니까 오늘은 어디 가서 저녁만 먹고 들어가자, 응?
여진 : 저녁은 무슨? 가서 얘기부터 끝내는게 낫지 않아?


42. 병선집 앞(밤)

차에서 내린 병선, 자기집 쳐다본다.
비장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들어간다.


43. 주방 (밤)

잘 차려진 식탁.
수정, 현관문 열어주고 들어와 찌개냄비 식탁에 놓는다.
병선, 뒤따라 들어오면서 양복 윗도리 벗어 식탁 의자에 툭 걸친다.
병선 : (미리 선수치는) 이번엔 단순한 바람기 아냐. 벌써 일년 됐어!
수정 : (돌아본다) 일년? (묘하게 웃는) 당신, 6개월 전만 해두 가게 미스 조랑...
병선 : 이 여자하구 잘 안되서 잠깐 바람 폈던 거야.
수정 : 애인이랑 잘 안 되서 또 바람 폈다구? 거 되게 신기한 논리네.
병선 : (못박는) 어쨌든 오늘 확답을 듣기로 했으니까, (하다가) 아니, 내가 왜 니 대답을 들어? 난 이미 결정했고, 너한테 통보한 거야!
수정 : (빤히 병선 보다가 돌아서며 명쾌하게) 그래, 이혼해!
병선, 한방 맞은 표정인데
수정, 전기밥솥에서 밥 한그릇 푼다.
병선 :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수정 : (밥 그릇 갖고 와 앉으며) 위자료, 이 집하구 내가 갖구있던 통장 준다 그랬지?
병선 : (어?)?
수정 : 그럼 됐어, 얘기 다 끝났네. 이혼해. 이혼하구 당신 좋은 여자랑 살아.
병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섰는데
수정, 혼자 천연덕스럽게 밥 먹는다.
병선, 보다보니까 배가 고픈데
수정 : (먹다가) 좀 먹을래? 맛있는데. 아참, 밥이 없네?
병선, 자기도 모르게 배 만진다. 고픈 배 참고


44. 일식집 룸(다음날)

식사 앞에 놓고 술잔 마주치는 여진과 병선.
둘, 단숨에 잔을 비운다.
여진 : 당신 그럼 이제부턴 내꺼야? 아니, 아니지. 아직 법적인 절차가 남았지.
병선 : 까짓 법적 절차가 무슨 문제야?
여진 : 근데 신기하다? 순순히 이혼한대?
병선 : 순순히는?... (또 술 따르며 허풍) 울며불며 매달리는데, 내가 누구야? 그냥 단칼에 단번에 떼냈지.
여진 : 그래요?... 좀 안됐다.
병선 : (술 마시고) 안됐음, 물러주고 싶어?
여진 : (가볍게 흘기는) 그만 마셔요? 이따가 저녁에 본격적으로 축배를 들어야지.
병선 : 아, 그런가?
여진 : 근데, 뭐라 그랬어, 당신?
병선 : 뭘?
여진 : 나 말야. 와이프가 물어봤을 거 아냐? 누구냐, 이쁘냐, 언제 만났냐, 언제 처음 잤냐... 안 물어?
병선 : (안 묻던데) !
여진 : 안 물어봐? 한 마디두?
병선 : (끄덕) ...
여진 : 어머, 말두 안돼. 당신 와이프 좀 이상한 여자 아냐? 어떻게 남편이 만나구 다니는 여자에 대해서 안 물어? 더구나 나 땜에 이혼하자는데!
병선 : (듣고 보니 그렇고)
여진 : 뭐야? 그것두 기분 나쁘네.
병선, 찜찜한 표정에서 점점 더 구겨지는데. 그 위로 경쾌한 음악 흐른다.


45. 병선 침실

음악 이어지고 옷장 문 활짝 열어놓고 옷 꺼내고 있는 수정.
서랍장 꺼내 통째로 바닥에 쏟는다.
입을 수 있는 옷인지 아닌지 몸에 대 보고 살피면서 이리저리 분류해 놓는다.
수정, 문득 속옷들 속에서 브레지어 하나 들어올린다. 낡았다.
다른색 브레지어 또 하나 들어본다. 역시 낡았다. 수정, 기막힌 듯 웃으며 옆으로 휙 집어던진다.


46. 병선 가게

수화기 들고 있는 병선, 신호음만 길게 울린다.
병선, 이상하다는 듯 갸웃하는데
미스김 : 안 계세요? 수금하러 5시에 온댔는데.
병선 : (짜증) 그러게. 어제 온다 그랬으면 어제 올일이지 말이야. 기껏 미리 찾아놨더니...
미스김 : 어제 왔었는데 사장님이 낮에 나가서 안 들어오셨잖아요.
병선 : (그랬지... 생각하다가) 미스김, 전화해서 이따 6시까지 오라 그래. 미스김 댁에 가시게요?
병선 : 그럼 어떡하냐? 집에 가서 갖구 와야지. (나가고)


47. 가게 앞

운전석에 오르는 병선.
병선 : (혼잣말) 집구석에 안 붙어있고 또 어딜 간 거야? 아무튼 쓸데라군 눈 씻구 찾아두 없는 여편네라니까?!


48. 병선집 앞

병선, 차에서 내려 시계보고 급하게 현관으로 가며
병선 : (투덜) 차 더럽게 막히네.
병선, 벨 누르는데 안에서 기척이 없다.
다시 한번 누르다가 으이! 짜증내며 열쇠 꺼내는데 저만치 뒤에서 쇼핑백 들고 걸어오던 수정, 어? 하는 얼굴.


49. 병선 침실

다 정리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들
병선 : 야!- 여보!
병선, 문 벌컥 열고 들어서다가 침실 풍경 보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병선 : (집나갔나?) 아니, 이 여자가? (홱 돌아나가고)


50. 거실

방에서 급하게 나오던 병선, 쇼핑백 들고 들어오는 수정과 마주친다.
병선 : (열 받은) 어딜 갔다 와!
수정 : (차분) 볼일이 좀 있어서요.
병선 : 저, 저 방 꼴이 저게 뭐야? 저래놓고 어딜 간 건대?
수정 : 저래 놓고 어딜 갔든?
병선 : (벙!)
수정 : (쇼핑백 들어 보이며) 속옷 좀 사러 나갔었는데.
병선 : 속옷? 남편이 속옷가게 하는데 속옷을 사러 가?
수정 : (웃긴다) 글세 속옷가게 하는 남편이 팬티하나 브라자 하나 갖다 준 적이 있어야 말이지.
병선 : (그랬나?) ...
수정 : (침실 향하며) 요즘 여자 속옷 드럽게 비싸드라? 당신 돈 잘 버는 이율 알겠어.
병선 : 사람이 말이야, 급해서 연락했을 때 뭐, 전활 받아야 말이지. (무심결에) 지금이 몇 시야? 다섯시 반이야, 반!
수정 : (돌아보는) 이상하네. 왜 내가 지금도 다섯시까지 들어와야 돼요?
말문 막힌 병선, 너무나 담담한 수정에게 은근히 화가 나는데 할말은 없다.


51. 한강변(밤)

세워진 병선 차.
그 안에 앉아있는 병선과 여진 보인다.


52. 차 안(밤)

차안에 가득한 담배 연기. 병선, 줄담배 피우고 있다. 심각하게 보던
여진 : 왜 그래, 당신? 왜 그렇게 우울해?
병선 : 우울한 게 아니라 열 받아서 그래.
여진 : (넘겨짚는) 와이프가 버티는구나? 생각해 보니까 못 하겠대지? 그렇기두 할 거야. 집에만 있던 그 나이 여자가 이혼할라 그러겠어? 뭐 할게 있어야지...
병선 : ...
여진 : 어째 너무 쉽다 했어.
병선 : 그게 아냐. 얘긴 다 끝났어. (담배 끄고)
여진 : 그럼 왜 그래? 벌써 이혼 후유증 앓는 거야?
병선 : (자존심 세우는) 무슨, 내가 그런거 앓을 사람으로 보여?
여진 : (슬쩍) 그럼... 서류 정리 언제 할거야? 얘긴 다 끝났다며.
병선 : ...해야지, 빨리, 빨리 해야지...
여진 : 왜? 벌써 갈려구? 결정했다면서 왜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


53. 병선집 거실(밤)

빼곡하게 채워진 이혼 서류. 그 위로
수정 : 읽어보고 거기다 도장 찍어요. 뭐, 다 내가 아는 거니까 그대로 썼는데 당신도 확인은 해야지.
병선, 수정 쳐다보면 수정, 조금의 그늘도 없이 해맑다.
병선 : 이거 보여주느라구 들어오는 사람 그대로 끌어 앉혔니?
수정 : 빨리 정릴 해야 당신두 편하게 살거 아냐? (재촉하는) 찍어요!
병선 : (버럭) 도장이 있어야 찍지!
병선, 서류 홱 들고일어나 침실로 들어가다 돌아선다.
병선 : 너두 혹시 누구 도장찍기 기다리는 사람있냐?
수정 : (빤히 보며 정중하게) 여자 냄새도 안나는 날 쳐다볼 남자가 어디 있을라구요.
병선 : (으이그, 약올라서 방으로 들어간다)


54. 병선집 침실(밤)

서류 들고 들어오는 병선,
침대에 털썩 앉아 빼곡하게 씌어진 이혼서류 본다. 에이! 하며 탁자 서랍에서 도장 꺼내들어 확 찍으려는데 자꾸 망설여진다.
병선, 서류 옆으로 휙 집어던지며 사이드 탁자에서 담배 갑 집어 담배 피워 문다.
병선 : 좋네! 아무데서나 담배 펴도 되구. (하다가 문쪽 바라보며) 근데 저게 왜 저렇게 기가 팔팔하지? 무슨 꿍꿍이가 분명히 있는데...


55. 작은방(밤)

요 위에 엎드린 수정, 스탠드 불 켜고 잡지보고 있다.
뭔가 읽으면서 혼자 킥 웃고.
살며시 문 열고 들여다보던 병선, 그런 수정의 모습이 황당한데


56. 침실(다른날, 아침)

수정, 화장대에 앉아 공들여 화장하고 있다.
와이셔츠 입던 병선, 자꾸 힐끔거리다 거울 속으로 수정과 눈 마주친다.
병선 : (무심한 척) 요새 바쁘네? 어딜 그렇게 나다녀?
수정 : (마스카라 올리며) 여기 저기. 오늘은 모임이 좀 있어. 저녁때.
병선 : 저녁? 아니 무슨 아줌마들이 저녁에 만나냐?
수정 : (별 상관 다 한다는 눈으로 거울 통해 병선 보면)
병선 : (얼버무리는) 근데 뭘 그렇게 서둘러? 아침부터.
수정 : 그 전에두 일이 있구.
병선 : (망설이다) 안 궁금하냐?
수정 : 뭐가?
병선 : 누군지, 뭐하는 여잔지 왜 안 묻니? 안 궁금해?
수정 : 궁금할 것도 많네. 다 지눈에 안경이라구 어련히 이뻐 보일까. (돌아앉는) 왜, 자랑하고 싶어요, 나한테?
병선 : (한방 맞은 얼굴, 말 돌리는) 저녁 약속이면 언제 들어올 건데.
수정 : (향수 뿌리며) 나가봐야 알지... (하다가 심각하게) 아참! 당신, 오늘은 웬만하면 외박하지 마라.
병선 : (기대되는) 응?
수정 : 이혼서류 마무리해야지. 도장 안 찍을거야?
병선 : (허!)


57. 병선집 앞

나오는 병선과 수정. 병선, 차로 가는데 수정, 지나쳐간다.
병선 : 가는데가 어디야? 태워다 줘?
수정 : (돌아보지 않고) 됐어요.
병선, 궁굼한 듯 수정 뒷모습 보다가 '싫으면 관둬라' 중얼거리며 차에 탄다.
막 안전띠 매다 보면 걸어가는 수정의 맵시 좋은 뒷모습.
남1, 수정과 스치면서 수정 돌아본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병선, 얼른 시동 걸고 출발하려는데 저만치 택시타는 수정 보인다.
병선, 망설이다가 택시 뒤쫓는다.


58. 거리

택시에서 내리는 수정, 건물 확인하고 곧바로 들어간다.
저만치 임시 정차 깜박이 켜놓고 허둥지둥 내리는 병선.
조심스레 수정 뒤따라 들어간다.


59. 건물 전시실 앞

열려져 있는 문 사이로 적당히 북적이는 사람들 보인다.
병선, 다가와 보면 '종이접기 전시회'라는 현수막 걸려있고 사람들 몇, 문 앞에서 들어가는 관람객들에게 팜플렛 등 나눠주고 있다.
문 뒤에 숨어서 수정 찾는 병선. 저만치 서서 관람하고 있는 수정의 뒷모습 확인한다.
무심코 뒤돌아보는 수정. 병선, 얼른 고개 빼고 돌아서다 벽 모서리에 콱 부딪힌다.


60. 종이접기 가게 앞
가게 안에서 부동산 중개인, 주인 등과 얘기하고 있는 수정 보이고
병선, 쇼윈도 끝에 붙어 서서 몰래 보고 있다. 벌써 자기 앞 길 챙기고 다니는 수정이 황당하다.


61. 병선 가게
콧등에 일회용 밴드 붙인 병선, 들어온다.
미스김 : 어머? (하다가 잔뜩 인상 쓴 병선 보며 얼른) 이제 출근하세요, 사장님.
병선 : 어. (탁자로 간다)
탁자 위 메모지 인서트- '정여진씨 전화 '
병선 : (메모지 보고) 이게 뭐야?
미스김 : 다섯 번 왔었다구요.
-전화벨
병선 : (받으며) 여보세요? 어, 여진이.
여진 : (쏘는) 왜 핸드폰 꺼 놨어?
병선 : 어, 일이 좀 있어서.
여진 : 무슨 일인데?
병선 : 내일,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여진 : 뭐라구요?
병선 : 내가 지금 머리가 엄청 아프거든... 아니, 아픈게 아니구 복잡하니까...
여진 : 머리가 왜 복잡한데?
병선 : (둘러대는) 어, 지금 여기 본사에서 누가 오셨거든...
병선, 뭔가 이상한 종업원들 분위기 느끼고 시선따라가 보면 여진, 핸드폰 든채 들어오고 있다.
화들짝 놀라 수화기 내려놓는 병선.


62. 여진 침실(밤)

검은색 나이트가운 차림으로 침대에 기대앉은 여진, 못마땅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등돌리고 바지 입고 있는 병선 쳐다보고 있다.
여진 : 당신 왜 그래?
병선 : 응? (돌아보는)
여진 : 이혼 하기루 했다며, 근데 왜 꼬박꼬박 들어가?
병선 : (웃옷 걸치며) 도장 찍을 때 까진 그게 예의잖아.
여진 : (기막힌) 예-의?
병선 : (아차!) 그게 아니구...
여진 : (화난) 당신 정말 이상한거 알아? 아직까지 서류접수 안하는 이유가 뭐야? 와이프가 도장이래두 잊어버렸대? 아님 당신이 도장 잊어버렸어? 하나 파줘?
병선 : (듣다보니 화나는)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여진 : 그러게 아까 나한테 왜 거짓말 해! 당신이 의심받을 짓을 하잖아. 그리구, 이게 뭐야, 이게. 당신 믿구 회사도 관두고 하루종일 자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잘 오지두 않고, (바락) 왔다가 왜 꼭 집에 들어가는데!
병선 : (짜증나는) 오늘은 약속있어. (침대 부근에서 양말 찾아 몸 숙이며) 그리구 나, 잠자리 바뀌면 잘 못잔단 말야.
여진 : (기막힌 듯 허! 하는데)양말 한짝 집어든 병선,
침대카바 들춰 나머지 양말 찾아 신으려다 보면 양말에 지저분하게 붙어있는 먼지, 머리카락들.
병선 : (휘휘 털어내며) 청소 좀 해라. 방이 이게 뭐냐?


63. 술집(밤)

병선과 대길, 양주병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병선, 상당히 취한 얼굴이고 대길은 말짱하다.
병선 : 이 여자, 이거 아주 웃기는 여자야. 야, 지가 매달려야 되는거 아니니? 지가 이혼하면, 말 그대로 이혼녀밖에 더 되냐구? 뭐 인물이 이뻐, 섹시하길 해? 뭐 볼게 있다구 그렇게 기세가 등등하냐?
대길 : 니가 이혼하자 그랬다면서!
병선 : 그래. 이혼하자 그랬는데
대길 : 그럼 뭐야? 수정씨가 매달리면 이혼 안 할 생각이라도 있었던 거야?
병선 : 그건 아니지.
대길 : (기막혀서 쳐다보는)
병선 : 나, 난 내가 수정일 봐주고 산다구 생각했거든. 내 덕에 호강하구 산다구, 너 남편 하난 잘 만난 줄 알아라... 그러구 살았단 말야.
대길 : (씁쓸) 그랬냐...
병선 : (소주 털어 마시고) 근데, 이게 갑자기 이혼하겠다 그러니까 화가 나드라구. 꼭 기다렸던 사람처럼 말야, '그래 이혼해!'... 이러는데
대길 : (어이없는 듯 보면)
병선 : 그리군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참 기가 막혀서, 글쎄 여진이가 누군지 묻지도 않더라?
대길 : 여진이?
병선 : 그래, 여진이. 이쁘고 똑똑하고... 또 을마나 섹시한 여잔줄 아냐? 지하군 비교도 안돼요! 암, 안되지, 어림없지!... 근데 지가 왜 그렇게 담담하냐구, 이혼 당하는 주제에.
대길 : ...너, 이럴려구 그렇게 결혼했니?
병선 : 왜, 니 가슴에 못 박었단 말이 하구 싶니? 수정이가 불쌍하냐?
대길 : 그때... 너란 놈도 친구라고, 너한테 속은줄도 모르고 수정씨 보낸 내가 정말 싫다.
병선 (벌떡 일어서며) 뭐? 너 뭐야? 아직도 수정이한테 미련 있다 이거야?
대길 : 너 수정씨하고 이혼하면 다신 안봐, 자식아. (가려는데)
병선 : 이 자식이? (비틀 달려들며 대길 멱살잡는)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웃기지마, 자식아. 데리구 사는것도 쫓아내는 것도 다 내 맘이야!
대길 : (못참고 주먹 날리고)
병선 : (한방 맞고 탁자에 엎어지고)


64. 병선 거실(밤)

현관 앞에 서 있는 수정의 뒷모습.
약간 비틀하며 들어오던
병선 : 어? 이거 집을 잘못 들어왔네요?...
돌아서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서는 병선, 다시 보면 깔끔한 생머리로 변한 수정이 서있다.
맞아서 얼굴 한쪽 벌겋게 부어오른 병선, 술이 확 깨는듯 다른 사람 같은 수정을 본다.
수정 : 왜 그렇게 봐요?... 아, 머리? (들어가며) 기분 전환 좀 해 봤지.
병선 : (뒤에다) 너 대길이 믿고 그러지!
수정 : (확 돌아선다)
병선 : (다가오며) 대길이, 등신 같은 자식 아직 너 못잊는 모양이던데... (하다가 비틀하며 수정 어깨 잡으면)
수정 : (화들짝 놀라 뿌리친다)
병선 : (우습다는) 왜 이래? 너 아직 내 마누라야. (다시 잡으려면)
수정 : (피하며) 누가 당신 마누라야?
병선 : 야, 너 괜히 옛날 자존심 한번 세워보는 모양인데, 차라리 이혼 못하겠다고 비는 게 낫지 않냐? 그럼 혹시 알어?...
수정 : (웃기지도 않다는 듯 보다가 작은 방으로 들어가 문 딸깍 걸어잠근다)
병선 : (보다가 발로 쾅, 쾅! 방문 차며) 야! 들어오라 그래도 안 들어간다! 안 들어가!


65. 결혼식장 로비(다음날)

병선, 대길, 그 외 친구 두엇 모여서 잡담하고 있다.
무심코 계단 쪽 보던 병선, 눈이 휘둥그래진다.
몰라보게 세련된 차림의 수정, 병선 일행 보고 다가온다.
수정 : (웃는) 안녕하세요?
대길 : (보다가) 아, 수정씨!
친구 1,2, 수정에게 '와 제수씨 오랜만입니다' 등등 인사 건네고
수정, 웃으며 일행에게 인사하고 식장 안으로 들어간다.
병선, 그 뒷모습 쫓는데


66. 결혼식장

결혼식 진행되고 있고 하객 속에 섞여 서 있는 병선, 몇줄 앞에 앉아있는 수정 본다.
환하게 웃으며 박수치는 수정, 웃는 모습이 예쁘다.


67. 피로연 장

뷔페식으로 마련된 피로연장.
병선, 대길, 친구 일행과 앉아 식사하고 있다.
뷔페 접시 들고 몇 테이블 건너 친구 부인들끼리 둘러앉은 테이블로 가는 수정 보인다.
친구1 : (수정 보며) 야, 병선아. 수정씨 말야, 원래두 참하구 괜찮았지만 오늘 어째 더 매력적이다?
병선 : 원래 괜찮기는... (관심없는 듯 먹고)
친구 부인들과 웃으며 얘기 나누고 있는 수정 보이고
친구2 : 아냐. 저기 저 우리 마누라들하구 비교해 봐라. 비교가 안 된다, 비교가 안돼. 그리구 몰랐는데 애를 안 낳아서 그런가? 되게 섹시한데?
병선 : (불쾌) 뭐, 자식아?
친구1 : 부러워서 그러지, 임마. 우리 마누라들은 다 아줌만데 니 와이프만 처녀 같잖냐? 꼭 그거같다. 광고에 나오는 애인같은 아내.
병선, 더 말못하고 먹는데 뭔가 심기가 불편하다.
대길, 그런 병선을 의미 있게 보고


68. 병선 거실

들어오는 수정과 병선.
수정 : 참 이상하네? 오랜만에들 만났는데 왜 친구들하구 3차 안 가요?
병선 : 다 같이 차 마셨음 됐지, 뭐.
수정, 이상하다는 듯 병선 한번 쳐다보고 침실로 들어간다.


69. 병선 침실

병선, 들어오면 외출복 벗으려던 수정, 얼른 도로 걸친다.
병선 : 뭐야? 본격적으로 내외를 하시겠다?
수정 : 좀 나가줄래요?
병선 : 왜 이래, 이거? 나 아직 니 남편이야!
수정, 무시하고 실내복 집어들고 나가려는데 병선, 수정 확 잡아채 안는다.
수정, 순간 병선 밀치며 맵게 뺨 올려친다.
병선, 얼결에 맞고 벙해서 쳐다보면 수정 도장 찍은 서류나 빨리 줘요. (나가고)
병선 : (점점 기막히고 화도 나는데)


70. 주방

들어와서 물 따르는 수정.
씩씩거리며 뒤따라 들어온
병선 : 너!
수정 : 왜요? (물컵 들어 마시는데)
병선 :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 수쓰는 거지? 나한테 매달리고 싶은데 자존심 상하니까 그러는거 아냐?
수정 : (물컵 내려놓고) 아냐.
병선 : 너 그럼 진수 결혼식엔 왜 왔냐? 내 친구 결혼식엔 왜 왔어?
수정 : (또박또박) 당신 마누라로 간거 아니야. 진수씨는 당신하고 결혼전부터 대길씨 친구로 알던 사람이야. 그러는 당신은 당신 친구들한테 우리가 이혼할 거라는 얘기 왜 안 했어?
병선 : (말문 막히고)
수정 : 할 얘기 다 했으면 서류 줘요. 월요일에 접수하게.
병선 : 너, 왜 이렇게 아무렇지두 않니?
수정 : ?
병선 : 내가 그렇게 별로였냐?
수정 : (기막힌 듯 보고)
병선 : 아님, 너 진짜 남자라두 있는거 아냐? 있지!
수정, 물컵 탁 내려놓고 병선 똑바로 쳐다본다.
주춤하는 병선.
수정 : (냉정)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병선 (망설이다) 이혼, 안 해!
수정 : (황당한 듯 쳐다보고) 뭐?
병선 : 너 혹시 임신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수정 : 임신, 안 했어.
병선 : 어, 어쨌든 그거 확인할 때까진 이혼 안해! 안돼!
-전화벨


71. 병선 거실

주방에서 나와서 전화 받는
병선 : 여보세요?
여진 : 당신?
병선 : (놀란) 어, 왜, 왠일야? (주방 쪽 살피며 작게) 왜 일루 전활했어?
여진 : 핸드폰 안되길래.
병선 : 어, 못 들었어.
여진 : 집으로 좀 와요.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병선 : 지금? 지금은 좀 그런데...
여진 : 당장 와. 지금 당장!


72. 여진 거실

병선,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고 여진, 주방에서 커피잔과 쥬스잔 들고 나와서 놓아준다.
여진 : (병선 옆에 앉으며) 들어요.
병선 : (조금 떨어져 앉는) 어. 근데 무슨 일인데?
여진 : (병선 팔짱끼고 기대는) 조급하긴?...
병선 : 빨랑 말 해 봐. 무슨 일인데, 그래?
여진 : 나... 임신했어.
병선 : (화들짝 놀라 여진 돌아보고)
여진 : 오전에 병원 갔다왔는데, 3개월이래.
충격 받은 병선, 말도 나오지 않는다.


73. 한강 고수부지(석양)

노을로 붉게 물든 강물.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병선, 담배 피우면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좋아할 수도 기분 나빠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정.


74. 병선집 앞(밤)

자기 집 쳐다보는 병선, 기운 없이 들어간다.


75. 병선집 거실(밤)

수정, 현관문 열어주고 돌아서 소파로 가 앉는다.
거실로 힘없이 들어선 병선에게
수정 : 얘기 좀 해요.
병선 : (보는)
수정 : 당신, 아까 낮에 그게 무슨 뜻이야?
병선, 멍하니 수정 보다가 침실로 들어가며
병선 : 아니야, 이혼해. 하자구...


76. 병선가게 (다음날)

여진과 통화하는
병선 : (약간 과장) 좋지이. 내가 얼마나 앨 기다렸는데, 좋아, 좋아... 응? 있다 만나서 서류정리 할거야. 도장 찍는다구... (헛웃음) 그러엄. 아주 꽉꽉 눌러 찍어야지!


77. 일식집 룸

떨리는 손으로 도장 찍는 병선.
인서트- '재산 분할 각서' 라는 용지에 도장 찍고 있다.
수정 : (들어보며) 됐어요. 이제 이혼 신고서에 찍어요. 법원 가는 길에 이 각서에 공증 먼저 받으면 다 끝나네.
병선 : 아주 철저하시구만! 꼭 그렇게 공증까지 받아야 안심이 된다?
수정 : 이혼하는 부부들, 막상 법적인 정리 끝나면 돈 한푼 갖구 아둥바둥 싸우잖아, 왜. 남잔 이왕이면 맨몸으로 내쫓으려고 그러구, 여잔 또 살아야 하니까 한푼이라두 더 받을려구 그러구. 난 그러는 거 정말 싫드라.
병선 : (이 여자가 수정이 맞나? 싶고)
수정 : 깨끗한게 좋잖아요, 서로.
병선 : 너, 이거 하난 알아둬.
수정 : (보는) ?...
병선 : 내가 널 버린 거야.
수정 : (빤히 병선 본다)
병선 : (확인받고 싶은) 내가 널 버리는 거라구, 알아?
수정 : (피식 웃는다)
병선 : (더 열 받는) 나, 애 못 낳은 너랑 안 살아. 그 여자, 임신했어!
수정 : (흠칫 놀라며 굳어지고)
병선 : (수정 기색에 한술 더 떠서) 내 아일 가졌다구, 알어? 넌 3년 동안이나 나하구 살면서두 못한걸 그 여자가 해줬다구!
수정 : (동요하는) ...그래요?
병선 : (당당히) 그래! 그래, 나두 이제 아빠가 된다구!
병선, 기세 좋게 이혼신청서에 도장 꽉 눌러 찍고 수정 보면 수정, 잠시 망설이던 표정 다시 담담해지며 탁자 위에 놓인 서류들 챙겨 가볍게 일어난다.
그런 수정 반응에 화는 나는데 화낼수 있는 입장이 아닌 병선, 수정 보다가 따라 일어서며
병선 : 한 가지만 묻자!
수정 : (돌아보고)
병선 : 너, 나랑 이혼하는 거, 기분이 어떠니?
수정 : 한 마디루 하자면... 시-원해!
병선 : 뭐?
수정 : 시원한 이유 많지만, 그 중에서두 결혼 3년 동안 바뀐 여자가 다섯. 앞으로 당신하구 30년만 더 산다 그래두 50명. 50명보다야 다섯으로 끝내는 게 낫지.
병선 : 무슨 소리야? 난 여진이하구 결혼하면 그걸루 딴 여잔 끝이야. (나가버리고)


78. 포창마차(밤)

소주잔 들이키다 말고 멎는 대길.
병선, 손으로 술잔만 빙빙 돌리고 있고
대길 : (잔 내려놓으며) 그래, 기어이 가방 들고 나왔단 말야?
대길, 병선 옆 쪽 보면 여행가방 놓여있고
병선 : 도장 찍구 서류 접수 다한 마당에 뭐하러 그 집에 같이 있냐? 내가 갈데가 없냐, 어디? 나, 눈빠지게 나 기다리는 여자 있다!
대길 : 너, 실수하는 거다. 이러는 거 아냐.
병선 : 넌 모르면 가만히 있어, 임마. 우리 둘 다 예전에 수정이한테 속았어. 걔, 얼마나 야멸찬지 아냐?
대길 : 그건 니가 그렇게 만든거고, 지금이라도 수정씨 잡아, 빌어!
병선 : 일없어, 임마.
대길 : 야 임마!
병선 : 너 내가 뭐 수정이한테 미련있는 줄 아는 모양인데, 아냐!
대길 : ...아냐?
병선 : (여유부리는) 여진이, 임신했어!
대길 : (벙!)
병선 : 어차피 애 못낳는 여자, 길게 가기도 힘들어. 나 외아들이잖아. 야, 그동안 울 아버지가 얼마나 목빼고 손자 기다리셨는지 아니?
대길 : (기막힌 듯 술 따르고)
병선 : 수정이 지는 주제에 자존심은 있다구 고개 빳빳이 들고 버텼지만 속으론 후회 많이 할거다. 지가 어디서 나 정도 남잘 만나겠냐? (기세 좋게 술 한잔 따라서 탁 털어 넣는다)


79. 법원 앞(다른날)

걸어나오는 병선과 수정.
수정 : 구청엔 가는 길에 내가 갖다 낼께요.
병선 : 지금?
수정 : 마무릴 잘 해야지, 하는 김에.
병선 : (무뚝뚝하게) 태워다 줄께.
수정 : 됐어요. 기다리는 사람 있을텐데.
병선 : 생각 되게 해주네.
수정 : (픽 웃고) 당신, 그 여자 어디가 좋았어요?
병선 : 응?
수정 : 당신, 바람 피는데 선순건 진작 알았는데, 사랑까지 할줄은 몰랐거든.
병선 : ...
수정 : 사랑하는 거, 아냐?
병선 : 사, 사랑해!
수정 : (비웃듯 끄덕이고) 그래요.
도로에 도착한 둘. 수정, 병선 돌아보며
수정 : 가요, 그럼. 난 여기서 택시 탈 거니까.
병선 : 태워다 준다잖아!
수정 : 그럴거 없어요. 당신 차 탈 이유도 없고... (하다가) 참, 나한테 혹시 무슨 연락할 일 있음 대길씨 형수가게로 해요. 뭐, 연락할 일도 없겠지만.
병선 : ?
수정 : 집, 팔았거든요. 그럼 (돌아서 택시 정류장 쪽으로 가고)
병선, 너무나 동요없는 수정 뒷모습 본다. 억울한 기분으로 바라보던
병선 : (쫓아가며) 여진이 어디가 좋냐구! 너보다 이쁘고, 늘씬하구, 재미있구, 또... 또...
수정 : (돌아서며) 나보다 애도 잘 만들고, 그쵸?
병선 : 그래! 맞어!
수정, 병선을 말끄러미 바라보는데 택시 한 대 와 선다.
병선, 멍청히 수정 바라보는데 수정, 택시로 다가가다 돌아서며
수정 : 그래요. 그럼 그 아이, 잘 키워 봐! 당신 아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선 : 뭐, 뭐라구? (다가가서 수정 팔 잡아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수정 : 아, 내가 당신하고 이혼하는 진짜 이율 말 안 했구나?
병선 : (무슨 소린가) ?
수정 : 당신하구 살면서 내 꿈은 딱 하나였어. 엄마 되는 거! 당신이 아무리 바람을 폈어도 아이 생기면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당신하고 살수 있었던 건데
병선 : (설마... 불안해지고)
수정 : (또박또박) 근데, 당신하구 사는 한, 난 엄마가 될 수 없대요.
병선 : (경악) 뭐?
수정 : 여자한테 아일 줄 수가 없는 사람이라구, 당신!
병선 : (하얗게 질리며) 그게 무슨 말이야!
병선, 택시 뒷문 여는 수정 다시 잡는다.
믿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충격 받은 병선의 눈과 안됐다는 동정이 스치는 수정의 눈.
수정, 이윽고 팔 빼내고 택시 탄다.
병선, 입을 달싹이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데 그 눈앞에서 반쯤 내려져 있는 차창 올리는 수정.
그 차창으로 참담하게 일그러져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이윽고 떠나가는 차.
초라하게 남겨진 병선, 그저 멀어져 가는 택시만 바라보고 섰다.
 
jang1384   | 2009/03/20
너무 길어서 밤 세겠다 안 그러노 ? 좀 짧게 해라 낱말 연습에 들어갔으면 사람들이 너무 글이 많아서 못할지도 모른다
yeongung   | 2011/07/26
그렇지!!! 저 사람의 말이 맞다!!!!!!!
 
 
낱말연습, 한문장연습, 여러문장연습이 뭔가요?
시작위치가 뭔가요? 어떻게 설정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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